깊어가는 겨울에 웅크린 게임사들, 새 수장 내세우며 '경영 효율화' 실험까지
엔씨소프트·넷마블·컴투스 등 게임·경영 역할 분담 예고
지난해 세계 게임 시장은 성장이 멈췄고 고객의 취향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게임 산업 전반의 불안정한 변화 속에 업계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초긴장 상태입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0일 열린 '공동대표 체제 미디어 설명회'에서 경영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꺼내 놨다. 최근 실적 부진을 해명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엔씨뿐 아니라 다수 게임사가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도 여러 게임 제작사 및 관계사들이 인력 감축을 발표한 데 이어 세계 최대 게임 유통사들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차례로 게임 부문 인력을 줄였다.
국내 게임사들도 게임 시장에 찾아든 '겨울'을 맞아 대응책 마련에 바쁘다. 경영 지원 부문의 임원을 대표로 끌어올리는 사례가 다수 눈에 띈다. 성과가 불투명한 사업 규모를 과감히 줄이고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열린 설명회를 통해 박병무 대표 내정자를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세웠다. 박 내정자는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공동대표가 된다. 이 회사가 창사 이래 처음 '투톱' 체제를 택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두로 띄운 경영 효율화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박 내정자를 소개하면서 "저는 게임 개발 및 사업에 집중하고 박 내정자는 경영을 더욱 탄탄히 하면서 미래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 밝혔다. 박 내정자도 "회사에 흩어진 내부의 여러 역량을 '원 팀'으로 잘 꿰어 시스템을 혁신하는 작업에 매진할 것"이라 밝혔다.
게임사들 다수 대표 체제로 '역할 분담'
게임 개발과 경영의 역할 분담을 언급하는 것은 엔씨소프트만이 아니다. 넷마블은 올 초 경영기획 담당 임원인 김병규 부사장을 신임 각자대표로 승진 내정했다. 회사 측은 "전략기획, 법무,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 등 넷마블컴퍼니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전략기획통"이라 소개했다. 권영식 대표는 그동안 주로 맡아온 게임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도 14일 남재관 사업경영담당 부사장이 새 대표가 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게임∙IT업계의 경영 전문가로 전략적이고 효율적 경영 관리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환 대표는 게임 전문가로서 개발 부문에 집중하게 된다. 넥슨의 경우 이정헌 현 넥슨코리아 대표가 27일 모기업인 일본법인 주총을 통해 넥슨 전체의 신임대표로 선임되면서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넥슨코리아의 공동대표를 맡는 체제로 진용을 바꾼다.
이 밖에 카카오게임즈는 임기 만료를 맞은 조계현 대표가 회사를 떠나고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다음 대표를 맡는다. 카카오그룹 전반의 인적 쇄신 흐름과 연결됐다는 시선도 있다. 위메이드는 장현국 전 대표가 사임한 가운데 최대주주인 박관호 이사회 의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AI도 게임 개발 비용 절감에 활용"
시장 불황 속에 게임업계에서 경영 효율화 의제가 떠오른 지는 오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인력과 비용은 치솟았는데 엔데믹화 이후 게임 시장은 물론 다른 콘텐츠와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의 해외 활동도 줄었다. 지난해 컴투스·넷마블·네오위즈 등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참가를 알렸던 미국의 게임업계 연례 행사 '게임개발자회의(GDC)'에 올해 참석을 공식화한 건 후원을 맡은 위메이드와 넥슨 정도다.
경영 효율화 기조에 맞춰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공개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를 바탕으로 만든 개발자 보조 도구 '바르코 스튜디오'를 이미 사내에서 활용 중이다. 김택진 대표는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제작 비용과 기간을 줄이고 창의성에 집중한 개발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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