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석 보고서’ 이후 석 달…국민의힘 수도권 판세는?

구민주 기자 2024. 3. 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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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여전히 ‘수도권 위기론’…한 주 사이 서울 15%p 급락
‘용산발 리스크’가 삼킨 ‘조용한 공천’…갈등 봉합 후 전환 기대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19일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을 방문, 동작구갑에 출마하는 장진영, 동작구을에 출마하는 나경원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6곳'.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초, 국민의힘은 4‧10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단 6곳에서만 우세하다는 내부 보고서가 유출돼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에 기록적인 참패를 했던 4년 전보다 오히려 2석이 깎인 결과에 당내에선 심각한 우려들이 쏟아졌다. 당시 김기현 지도부는 '최악을 가정한 것'이며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이는 지도부 붕괴 및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단초가 되었다.

총선을 정확히 3주 앞둔 지금, 서울 등 수도권 판세에 대한 여권의 전망은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권 안팎에선 3월 초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급속도로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2주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천 파동과 대비되는 비교적 '조용한 공천'으로 연일 상승세를 탔다. '정권심판론'의 무서운 기세도 다소 잦아들면서 수도권에서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번져나갔다.

하지만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은폐 의혹의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회칼 발언'이 더해지면서 다시금 '수도권 위기론'이 거세져갔다. 특히 지난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이 전주 대비 15%p나 급락했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당내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아우성은 더욱 커졌다.(12~14일 무선전화 100%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4.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기 선대위원장인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어느 한 이슈가 터져서 15%가 이렇게 하루 이틀에 급락을 거듭하는 건, 28세 때부터 해온 제게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현 상황을 무겁게 진단했다.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에서도 국민의힘은 비상등이 켜졌다. 같은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24%)과 더불어민주당(33%)의 중도층 지지율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이종섭 대사 출국(10일) 전에 실시된 직전 조사(5~7일 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29%였다.

수도권 지역구를 뛰고 있는 한 국민의힘 인사는 이날 취재진에 "1월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2월에서 3월 초까진 민주당의 비명횡사, 지금은 이종섭 사건을 비롯한 용산발 이슈들이 '블랙홀'"이라며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후보 개인기로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판세가 완전히 기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계속되는 갈등까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명단 발표 직후 친윤(親윤석열)계 이철규 의원(공천관리위원)과 한동훈 위원장 측 사이 '사천(私薦) 공방'을 주고 받으며 날을 세우고 있다. 급기야 이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공천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한 위원장과 (친한동훈계) 장동혁 사무총장의 '월권'을 지적했다.

1월23일 화재 현장인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찮은 중도층 이탈…"4년 전 데자뷔"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4년 전 선거보다 저조하게 전망된 석 달 전 '서울 6석 보고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수도권 총 121석 중 불과 16석에서만 승리했다. 서울 총 49석 중 8석, 경기 총 59석 중 7석, 인천 총 11석 중 1석이었다.

최근 발표되는 수도권 주요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이 예상 외로 고전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각 지역 캠프도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여야 모두 총선 승부처로 꼽고 있는 '한강벨트'에서도 국민의힘이 대부분 오차범위 안팎에서 열세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서초‧강남‧송파만 지켜낸 4년 전 '데자뷔'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지역구 한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요 며칠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4년 전보다도 더 좋지 않다"며 "여기에 '윤‧한 갈등'까지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중도층이 더 이탈할까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총선까지 아직 3주가 남아있는 만큼 국면을 전환할 기회는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황상무 수석 사퇴와 이종섭 대사의 귀국이 정해지면서 갈등이 더 이상 극으로 치닫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민주당 내 공천 파동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 내 분위기 반전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한동훈 위원장도 연일 수도권을 공략하는 행보를 보이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20일 경기 안양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고 "수도권 민심에 더 민감하고 책임감 있게 반응해야 한다"며 "수도권의 선택을 받지 않고선 선거 승리란 있을 수 없다. 저희가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정말 암울한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도 서울 동작과 서대문, 마포 등 '한강벨트'를 돌며 지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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