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굿모닝미스터오웰' 40주년 특별전 개막
백남준 과달카날 레퀴엠·세계와 손잡고 등 전시
장서영, 조승호, 홍민키, HWI(휘) 등 새 작품 선보여
[용인=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21일 백남준의 위성 3부작의 시작을 알린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기념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와 '빅브라더 블록체인'을 동시 개막한다. 박남희 관장 취임 이후 첫 전시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은 미국 공영 방송 WNET과 각 도시의 방송국, 당대 손꼽히는 예술인과 대중음악 가수의 협력으로 구현한 전시다. 암울한 감시 사회를 예견했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1949)에 대해 '조지 오웰, 당신은 반만 맞았다'라는 백남준의 응답이 담겼다.
1984년 새해, 백남준은 전 세계 2500만 명의 시청자와 함께 즐거운 소통을 도모하면서 당시 제한된 소수 권력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TV 방송의 긍정적인 쓰임과 기술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24년, 조지 오웰의 시선과 백남준의 답변이 동시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감시와 통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치가 무엇인지 두 특별전을 통해 사유한다.
'일어나 2024년이야!'
2025년 2월23일까지 1층 제1전시실에서 선보이는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며 과거 장면을 통해 현재를 마주한다.
전시 제목 '일어나 2024년이야!'는 미국밴드 오잉고 보잉고가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하며 발표한 노래 제목 '일어나 1984년이야!'를 재설정한 표현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전시는 백남준이 제2차 세계대전 격전지를 찾아 제작한 '과달카날 레퀴엠'(1977/1979)이다. 백남준은 동료 살럿 무어먼과 함께 전쟁 흔적이 남은 과달카날 섬을 찾아 참전 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했다. 군복을 입고, 등에 총 대신 첼로를 멘 무어먼은 해변을 기어다니면서 연주하고 시체 가방에 몸을 숨긴 채 퍼포먼스를 벌인다.
여전히 전쟁 속에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전쟁으로 죽은 이들의 안식을 바라는 '레퀴엠'은 상흔을 치유하는 예술의 힘과 비디오 예술가의 수행을 함축한다.
이와 함께 '굿모닝 미스터 오웰' 뉴욕 라이브 방송, 마지막 위성 작품 '세계와 손잡고'(1988)를 통해 백남준이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만남과 공존의 가치를 조명한다.
또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타이거와 미술가 류성실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도 함께 전시된다. 이를 통해 동시대 아티스트의 새로운 쌍방향 소통 방식과 이들이 진단하는 평화와 예술의 현주소를 함께 제시한다.
그 밖에도 기술에 대한 백남준의 집요한 관심과 협업, 쌍방향 예술의 비전을 보여주는 조각·설치작품 ▲TV첼로 ▲로봇 K-456 ▲TV부처 ▲칭기즈 칸의 복권 등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빅브라더 블록체인'
오는 8월18일까지 2층 제2전시실에서 전시되는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아홉 명의 동시대 작가로 구성된 전시로,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상징하는 미래의 전망을 다룬다.
권희수, 삼손 영, 상희, 이양희, 장서영, 조승호, 홍민키, HWI(휘), 히토 슈타이얼 등 참여작가 9명은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섭외했던 수많은 예술가의 미래 모습으로, 각각의 작품을 통해 춤과 노래, 미디어, 게임, 노동 등에 대한 전망을 그려낸다.
먼저 홍민키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뉴욕과 파리를 연결했던 사회자에 주목, 1984년과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장서영은 로리앤더슨이 공연하는 비행기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아 초개인화된 미디어와 인류의 운명을 위태로운 비행에 빗대어 표현한다.
HWI(휘)는 신작 '너의 전생'을 통해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물에 잠긴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계를 재건하는 가상의 미래를 그린다.
또 권희수는 프로젝터 앞에 셔터스피드 조절장치를 설치해 분회된 빛이 전시실 풍경을 재구성·변형하는 '나선필름'을 상영하고, 히토 슈타이얼은 '태양의 공장'으로 우리의 현실 세계를 뒤흔드는 가상 세계, 즉 오늘날 데이터 기반 사회를 드러낸다.
이와 함께 삼손 영의 '제단 음악', 조승호의 '은신처' 이양희의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상희의 '원룸바벨' 등 새롭게 제작된 커미션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전시 작품들은 오늘날 만연한 기술과 정보 통제에 대항해 대안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점검한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기술의 용도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조지 오웰이 간과했던 나머지 '절반'을 증명한 백남준의 이상을 좇는다. 동시대 예술가와 함께 기술의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고, 또 다른 기술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는 시도다.
특별전 연계 프로그램
백남준아트센터는 두 특별전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했다.
'일어나 2024년이야!'에서는 '오페라 샬로트로니크'에 참여했던 배우 황석정, '빅브라더 블록체인'에서는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활동하는 배우 김신록이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해 관객에게 특별한 전시 경험을 선사한다. 또 두 특별전 모두 아티스트 토크가 준비돼 관람객과 작가가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일어나 2024년이야!'에서는 신재영 작가의 협력으로 관객 참여형 '비디오 부스'가 조성돼 전시 기간 방문한 관객 누구나 즐거운 비디오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개막식은 이날 오후 4시에 동시 진행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상징인 백남준의 'TV 정원'(1974/2022)에서 조승호·권희수 작가의 퍼포먼스가 시작되며, 2부에서는 HWI(휘)와 김도언의 퍼포먼스가 카페 테라스에서 진행된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조지 오웰의 미래이자 백남준이 활동했던 1984년부터 현재인 2024년까지 40년에 걸친 시간을 한꺼번에 마주하고 관통하는 '시간 초월의 장'을 마련했다. 백남준의 세계가 일상이 됐고, 세계가 연결된 현재의 기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지 의미를 담았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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