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최민식=알파치노, 김고은=스튜어트 생각하며 시나리오 썼다"[어저께TV]
[OSEN=박소영 기자] ‘파묘’ 장재현 감독이 ‘유퀴즈’에 떴다.
20일 전파를 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파묘’ 장재현 감독이 게스트로 나왔다. ‘파묘’는 개봉 3일 만에 100만, 11일 만에 600만, 18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동원했고 20일 기준 945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천만 돌파는 시간 문제인 셈.
장재현 감독은 “몸가짐을 조심히 하고 있다. 주머니에 손만 넣어도 변했다고 하더라. 어디 간다고 하면 땅 보러 가냐고 해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바짝 엎드려 있다. 실수할까 봐. 최민식 선배가 ‘유퀴즈’에 나오고 촬영 준비할 때 이도현, 유해진, 김고은도 나와서 ‘유퀴즈’가 ‘파묘’랑 같이 가는 구나 싶었다”며 ‘유퀴즈’ 팀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파묘’의 시작은 이랬다. 장재현 감독은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다. 맨날 놀던 뒷산에 산소가 있었다. 어느 날 굿을 하고 있더라. 고속도로 공사로 이장을 하게 된 것. 무덤을 파기 시작했을 때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 같았다. 인부들이 꼈던 장갑 같은 옛날 물건이 나오니까. 그 안에서 대체 뭐가 나올까 호기심이 생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나무 관을 들어올렸는데 영원히 안 잊히는 순간이 됐다. 호기심도 일고 무섭기도 해서 그걸 영화에 담아보고자 했다. 시나리오를 짤 때 사람들을 만났다. 무속인, 풍수지리사, 장의사 등을 만나며 2년 가까이 같이 이장도 하고 수업도 들었다. 답사도 따라다니며 캐릭터와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았다. 15번 이장을 다녔다. 자료를 얻을 겸 실습도 하면서 장의사 자격증을 이수하고 있다. 개봉까지 5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파묘’에는 김고은과 이도현이 연기한 MZ 무당이 등장한다. 장재현 감독은 “젊은 무속인들이 굉장히 많다. 화려하다. 고급 차를 타고 오는데 트렁크에 닭 피가 들어있더라. 김고은 굿 장면은 하루 반 정도 만에 찍어야 했다. 집중해서 찍어야 했는데 저는 한 게 없다. 김고은 배우가 그날 미쳤다. 그냥 하는 것도 힘든데 그 와중에 표정 하나 어깨짓 하나까지. 화면에 반만 담아도 좋겠다 싶었다. 이도현, 김고은은 머리가 정말 좋다. 배우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파묘’에는 항일 메시지도 담겨 있다. 장재현 감독은 “원래 풍수사들이 묘를 이장하면 땅값을 낸다. 영화 속 땅은 나쁜 자리니까 10원짜리를 던졌는데 흙 색깔이랑 비슷해서 100원짜리를 던졌다. 그런데 화면에 이순신 장군이 잡히더라. 항일 메시지와 맞물렸다. 차량 번호판은 0301. 1945. 0815로 했다. 요즘 관객들이 덕질하는 게 이렇게 발달돼 있는지 몰랐다. 대충 찍었는데 하루 만에 다 알아내니까 대단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극중 캐릭터인 김상덕, 고영근, 이화림, 박자혜, 윤봉길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이다. 장재현 감독은 “독립기념관에 오랜만에 들러서 구경하다가 오열했다. 음지에서 고생하셨던 분들이 너무 많더라. 그때 감명을 받고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소환 한 번 하고 싶었다 감히 제가. 우리의 땅, 참 상처도 많고 두려움도 많고 트라우마가 많지 않나. 다 꺼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관객들이 후련함을 느낄 수 있게 그런 감정을 주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사무라이 관련 OTT 다큐를 봤다. 4화에 갑자기 임진왜란 이야기가 나온다. 잠깐 나오는 삽화에 사람들을 베는 장면이 담겨 있더라.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바로 껐다. 사무라이들이 쳐들어와서 그러는데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두려움을 없애고 싶었다. 꺠끗하게 없애고 싶었다. 그런 코어를 잊지 않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 캐스팅 비화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장재현 감독은 “외국 배우를 떠올리면서 시나리오를 쓴다. 원하는 배우를 상상해서 쓰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는 알 파치노, 사무엘 엘 잭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니콜라스 홀트 사진을 붙여놨다. 할리우드 연락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민식 배우는 왜 캐스팅하려고 하냐고 하셔서 ’영화들을 다 봤는데 항상 당당하시더라. 이 영화에서 선배님의 겁에 질린 모습을 담고 싶다’ 했다. 껄껄 웃으면서 ‘네가 제일 무서워’ 하셨다. 유해진은 진짜 프로였다. 영화 전체를 본다. 이 캐릭터를 관객들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면 좋겠다고 해서 대사를 수정하면서 같이 만들어갔다. 포인트를 정확하게 집어주고 잘 살려줬다. 연기의 50% 이상은 애드리브”라고 부연했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사제들’, ‘사바하’, ‘파묘’까지 오컬트 장르의 귀재다. 그는 “왜 이런 소재를 좋아할까 스스로 묻는다. 영혼이 있으면 좋겠더라. 사람이 죽고 흙이 되는 게 아쉽다. 숫자와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 장르에 몰두하는 것 같다. 사람이 죽고 그냥 끝나면 너무 아쉽지 않나. 영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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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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