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한국판 ESG, 日 10년 성장 전략 넘어 'K-밸류업' 꿈꾸다

이지운 기자 2024. 3. 2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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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뉴노멀 경영 트랜드 ESG⑤] 日 ESG 강화 사례 참고해 "기업 가치 제고"
[편집자주]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가치를 중시하는 'ESG 경영'이 화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ESG를 최우선 투자원칙으로 삼았고 ESG가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 축으로 자리잡았다. 유럽연합(EU)가 확정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금융권은 국제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SSB)의 글로벌 논의 등 ESG 흐름에 발맞춰 ESG공시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낸다. '한국 경제혈맥' 금융회사는 매출과 순이익 등 재무적 요소를 넘어 친환경(환경보호)·사회적 책임 경영·지배구조 개선 등 ESG 리딩금융그룹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20돌을 맞은 ESG, 거스를 수 없는 경영 트렌드를 분석하고 금융회사의 ESG 경영 발자취를 따라 가본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내 ESG 공시기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⑤ [S리포트] 한국 ESG, 日 10년 성장 전략 넘어 'K-밸류업' 꿈꾸다
⑥ [S리포트] 글로벌 대세' 된 ESG 경영… 韓도 공시 기준 마련 박차
⑦ [S리포트] 일본증시 부활 이끈 ESG, '1000조' 연기금 투자 이끈다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한다. 글로벌 공시 기준을 기반으로 국제적 정합성을 갖추고 국내 산업 구조와 기업 여건을 충분히 반영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이미 정책적으로 효과를 본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상당 부분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이번 ESG 정보공시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ESG 강화 사례를 참고해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증시 부양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日 밸류업 성공 비결? 기업지배구조 중심 ESG 강화


일본 증시는 올해 연초부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엔저 효과로 인한 수출 확대로 기업 실적이 증가한데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더해지며 증시 부양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버블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무너져내렸던 증시가 34년 만에 회복된 셈이다.

글로벌 자금은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1월에만 일본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금액은 2조693억엔(약 18조3000억원)에 달했다.

주식시장의 핵심 투자군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바이 재팬'(Buy Japan)에 뛰어든 것은 엔저·기업실적·정부정책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일본 정부의 기업 밸류업 개혁의 성공비결은 10년 전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한 ESG 강화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안정적인 글로벌 자금 유입을 위해 해외 투자에서 중요한 결정 기준인 ESG 강화에 집중해왔다.

일본은 아베 내각이 일본재흥전략을 처음 내놓은 2013년부터 정부와 기업, 연기금, 금융사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한 ESG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당시 일본 정부는 ESG 확대를 위해 스튜어드십·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하며 투자자와 기업 간 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투자자나 주주가 취해야 하는 행동원칙이라면 거버넌스코드는 이들의 투자를 받는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행동원칙을 정리해둔 것이다. 또한 2015년부터 도쿄증권거래소(TSE)에 의해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가 강력하게 시행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개선' 방안이 큰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일본 당국과 기업들이 오랫동안 꾸준히 주주가치를 고민하며 이뤄온 변화를 경제성장률 향상으로 실체화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이러한 일본의 변화에 해외투자자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ESG 공시 의무화 초안 발표 준비… "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초점"


일본 증시를 날아오르게 한 비결이 ESG에 있었던 만큼 국내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주최로 열린 제8차 'K-ESG 얼라이언스 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ESG 경영을 잘 하는 기업이 수출시장 확보, 자본 조달, 인재 확보, 기업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통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부터 일본 주식시장이 상당히 좋은데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정부와 전문가들이 모여 공시 초안을 손보고 있다. 정부는 ESG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3~4월 중 발표하기로 했는데 준비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내달 발표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1~22일 일본 도쿄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에서 열린 ESG 공시 관련 국제회의에도 참석해 한·중·일 및 아세안 국가 금융당국과 함께 'ESG 공시제도'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ESG 공시제도 동향을 파악하고 필요시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ESG 공시제도 추진과 관련해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된 기후 분야부터 우선 검토할 방침이다. 또 기업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소 공시로 추진하고 초기 제재수준은 최소한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2016년 도입 기간까지 기업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국내 기업의 ESG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자본시장 관련 경제단체·투자자·유관기관·학계 및 민간 전문가와 ESG 공시기준에 대해 논의하는 현장 간담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기업들이 ESG 규제 강화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 ESG 공시기준 번역, 공시 가이드라인 제공 등 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도 다각도로 준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이 국제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 주요국의 ESG 공시기준과 상호운용이 가능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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