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이세돌 세대가 만들어 갈 도시브랜딩 기대한다
(부산ㆍ경남=뉴스1) 목지수 싸이트브랜딩 대표(월간 집앞목욕탕 발행인) = “이세돌 아시죠?“
지자체 요청으로 도시브랜딩 강의를 시작할 때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면 대부분 알파고와 대국했던 바둑기사 이세돌을 대답한다. 당연하다. 이세돌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당황스럽게도 내가 물어본 건 그 이세돌이 아니다. 요즘 10대,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인 ‘이세계(異世界)아이돌’의 준말이다. 그 이세돌이다.
강의자료 슬라이드에 아이돌 그룹 이세돌의 이미지를 띄우면 그제야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대부분 젊은 주무관들이다. ‘아! 저는 알고 있어요!’라는 긍정의 웃음소리다. 하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이 괴상한 신조어의 등장에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왜 버추얼 가수의 콘서트에 사람들이 몰리는지, 왜 가수 김장훈이 아니라 '숲튽훈'인지 차근히, 자세히 설명해 드린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들이다.
서점에는 이미 ‘2000년생이 온다(임홍택 저)’가 등장했다. ‘90년생이 온다’가 출간된 지 5년 만이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은 새로운 브랜딩 방법을 몰고 온다. 분명한 것은 브랜딩의 본질은 바뀐 적이 없다. 정체성(Identity)의 전달이 목적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로고(CI, BI라고 해두자)나 슬로건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또는 광고나 마케팅, 홍보활동만으로 시장을 움직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소비시장의 중심인 지금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 브랜딩과 마케팅 방법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모바일 세계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재미를 찾으며 즐겁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경험해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떤 수고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찾아가거나 노력을 기울인다. 이것을 브랜드 경험(BX:Brand Experience)이라고 한다. 이들은 브랜드의 크기와 관계없이 잘 설계된 브랜디드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 한다.
세상은 마케팅의 시대를 지나 브랜딩의 시대로 진입한 지 이미 오래다. 과거 마케팅이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모든 대상을 상업화 하고, 도시마저 자본과 효율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면, 브랜딩의 시대에는 지역이 가진 소중한 가치에 주목한다. 그것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관광자원일 수도 있고, 골목길 한쪽에서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맛집일 수도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다운 건축물일 수도 있다. 이를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라 부른다.
도시브랜딩은 지역의 브랜드 자산을 발굴하고 활용하여 도시의 새로운 방향성을 재정립하기도 하고, 차별화시키기도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브랜드 자산이 많은 도시는 질적 성장과 발전은 물론 다양성과 지속성의 기회가 늘어나겠지만 그렇지 않은 도시는 점점 매력이 떨어지고 도시 경쟁력도 약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 자산을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브랜딩하는 것은 도시 콘텐츠 관리에 있어서 당연한 것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쩌면 브랜딩 되지 않으면 수요자와의 접점 자체가 맺어질 수 없다.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2030 세대들을 보면 앞으로의 도시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좋을 지 힌트를 얻게 된다.
젊은 세대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명소도 중요히 여기지만 서브컬처 공간에도 주목한다. 시끌벅적한 유명 관광지를 과감히 생략하고 나의 취향에 맞는 공간이나 경험에 시간을 할애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사실 ‘취향’이나 ‘경험’은 2030 세대만의 기준점이 아니라 누구나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방식이고 이제 도시브랜딩에서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CI나 BI, 슬로건 제작은 AI한테 맡기고, 미래세대가 이끌어 갈 도시 공간과 콘텐츠를 그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준비를 하자. 그게 도시브랜딩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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