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뉴스페이스 시대’… 민간서 발사체 설계부터 발사까지 첫 총괄
10년간 2조 차세대발사체 사업
누리호보다 멀리 지구 밖 비행
2030·2031년에 1·2차 시험발사
항우연, 한화에어로에 기술 전수
우주 수송 사업 상업화 목표 설정
전문인력 1000명 이상 확보 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KSLV-Ⅱ)의 뒤를 잇는 차세대발사체(KSLV-Ⅲ) 사업을 맡게 됐다. 한국에서 민간기업이 발사체 설계부터 발사까지 맡는 것은 처음이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본격적인 ‘뉴스페이스’ 개막이자 한국판 ‘스페이스X’의 출발이다.
앞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최종 협상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할 차세대발사체는 2032년 한국 최초로 달로 착륙선을 보내기 위한 것이다.
차세대발사체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10년간 총 2조132억원을 투입하는 국가우주계획의 핵심 사업이다. 1단은 10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5기를 클러스터링(묶음)하여 구성하고, 2단은 1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2기로 구성한다. 1단 75t급·2단 75t급·3단 7t급이던 누리호보다 멀리 지구 밖으로 비행할 수 있다. 고도 200㎞까지 탑재 중량은 차세대발사체가 10t으로 누리호 3.3t의 3배다. 달 궤도까지 오를 경우 차세대발사체는 1.8t(누리호 0.1t)까지 실을 수 있다.
아직 한국은 스페이스X처럼 로켓 개발부터 발사까지 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없다. 로켓을 개발해도 발사는 해외 발사장에 맡겨야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내재화하면 우리나라도 그게 가능한 기업이 생기는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민간 우주산업 육성에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13일 경남 사천시에서 열린 ‘우주산업 클러스터’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는 2027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을 1조5000억원 이상 확대하고, 2045년까지 100조원의 투자를 끌어내겠다”며 “1000개 우주기업을 육성하고, 이 중 10개는 월드클래스 우주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항공청도 5월 개청을 앞두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민간기업이 개별적으로 하기 어려운 핵심 인프라를 책임지고, 민간기업은 기술 이전과 사업화 등에 집중한다.
지난단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스페이스X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라며 “항우연이 가진 기술을 최대한 산업체에 넘겨 산업체를 강하게 키워 독창적인 기술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기반으로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기적으로 위성과 우주선, 각종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을 상업화한다는 목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은 지난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행사에서 “글로벌 시장의 우주산업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자체 기술 확보와 독자 밸류체인 구축으로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99년 과학관측로켓(KSR-Ⅲ) 개발을 시작으로 26년간 로켓 엔진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한화그룹의 우주사업 투자 규모는 최근 3년간 894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 최대 민간 발사체 연구시설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연구센터’를 대전에 설립했다. 최근에는 누리호 등 발사체를 제작할 단 조립장도 순천에 착공했다. 2030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1000명 이상 전문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구축된 우주 수송과 위성제작, 위성서비스에 이르는 우주사업 밸류체인 등도 갖추고 있다. 2021년 민간 위성 기업 쎄트렉아이를 계열사로 편입했고, 글로벌 위성 사업자 원웹에 투자하며 위성 인터넷 사업에도 함께하고 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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