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수출전망, 12분기 만에 최고

기업들이 모처럼 수출 회복세를 점쳤다.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16.0으로, 이는 2021년 2분기(120.8) 이후 12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2024년 2분기 EBSI를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12일간 작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을 달성한 20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했고, 응답 업체는 1014개였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의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면 100보다 큰 값을 나타낸다.

품목별로 보면, 조사 대상 15개 품목 가운데 반도체(148.2), 선박(127.6), 자동차·자동차부품(124.5) 등 8개 품목의 2분기 수출 여건이 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2017년 3분기(148.8) 이후 27분기 만에 최고치로, 해당 지수가 집계된 2009년 이후 단 2차례만 140을 넘었었다.

연구원 측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메모리 공급 과잉 완화에 따른 수출단가가 상승해 수출 업황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선박의 경우 국제해사기구(IMO)·유럽연합(EU)의 해운 탄소배출 기준 강화로 액화천연가스(LNG)선, 메탄올선 등 친환경 선박 기술을 보유한 우리 조선 업계의 수주 지속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철강·비철금속제품(90.7), 섬유·의복제품(91.4), 기계류(96.0) 등은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항목별로 보면, 국제물류(98.7)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EBSI가 100을 상회했다. 특히 수출 대상국 경기(117.3)와 수출단가(117.0)가 가장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악재로 작용하던 원자재 가격 부담과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 물류비용 상승 등의 애로사항은 아직 지속되고 있으나, 점진적으로 여건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상승(19.5%)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목했고, 홍해 사태 및 파나마운하 통항 차질 장기화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고 느끼는 기업들도 많았다.

김규원 무역협회 연구원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IT 제품과 선박·자동차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2분기부터 완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회복세 지속을 위해 원자재 가격 불안, 홍해 사태로 인한 물류비 부담 등 기업의 고민을 덜기 위한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선복 확보 및 물류비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