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패권전쟁 격화···우리도 공급망지도 만들어야"

■대외경제연 보고서 제언
원료 자급도 낮고 R&D 투자 미약
해외 동향 파악해 우선순위 정해야
복수국과 의약품 협의체 결성 필요

[서울경제]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제약·바이오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한국도 ‘공급망 지도’ ‘의약품 협의체 결성' 등을 추진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패권국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국내 바이오 기업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지원·육성 전략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대외정책경제연구원(KIEP)은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 분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현황과 우리나라의 대응’ 보고서에서 “복제약 제조와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 경쟁력이 있으나 혁신 신약 경쟁력이 적고 원료의약품 공급망이 위험에 노출돼있다”며 이 같이 제언했습니다.

보고서는 주요국가간 제약·바이오 경쟁이 심화되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공급망 위기에 놓여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원료의약품 분야 자급도는 24.4%(2021년 기준)에 불과했으며 대중국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파악됐으며 완제의약품 자급도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2019년 74.1%에서 같은 해 기준 60.1%까지 감소했습니다.

산업 경쟁력 지표 또한 주요국 및 세계 주요 업체들 대비 저조했습니다. 세계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10조 원 이상을 R&D에 투입하는 반면 한국은 재원 조달 등 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어 1000억 원대에 머물렀습니다. 신약 개발 기술 수준도 미국의 70%로 유럽, 중국, 일본에 뒤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반면 주요국은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며 국가 차원에서 자국산업 경쟁력 강화, 의약품 공급망 안정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중국은 ‘14차 5개년 바이오 경제 발전' 등을 발표했으며 유럽연합(EU)도 1분기 중으로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등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에 대외연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공급망 위험 식별, 국제협력, 지원 분야 선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EU와 같이 원료와 완제의약품의 핵심품목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수출입 대상국의 지정학적 위험요소 등을 종합한 ‘바이오 공급망 위험지도’를 개발하길 권고했습니다. 미국, EU 등 유사입장국과 함께 광물안보파트너십(MSP)과 같은 복수국간 의약품 협의체를 결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교우위를 지닌 바이오시밀러 분야 및 임상시험에 대한 지원을 통해 수출 증대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되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집중적으로 강화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영욱 대외연 부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자각이 이뤄지며 세계적으로 국가 차원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을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