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이강인, 품어안은 손흥민…대표팀 똘똘 뭉치는 계기 될까
손흥민 등 동료들이 받아주면서 '탁구사건' 봉합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 이강인(파리생제르맹·PSG)은 고개를 숙였고, '캡틴' 손흥민은 후배를 따듯하게 품었다. 대표팀이 다시 '원팀'으로 뭉칠 준비를 마쳤다.
올해 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해 '하극상' 논란에 휩싸인 이강인이 공개된 자리에서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강인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홈경기 전날 공식 훈련 전 취재진 앞에 섰다.
담담한 표정으로 나타난 이강인은 발언 전 90도로 인사한 뒤 "아시안컵 기간 너무 많은 사람, 많은 관심 그리고 많은 응원해 주셨는데 그만큼 보답해 드리지 못하고 실망하게 해 드려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로 많이 배웠다. 모든 분의 쓴소리가 나한테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고 많은 반성을 하는 기간인 것 같다"며 "앞으로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더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 전날 일부 선수들과 따로 탁구를 치려다가 이를 말린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해 충격을 줬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오른 손가락 중지가 탈구되는 부상까지 입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강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손흥민에게 사과했고, 손흥민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둘의 갈등은 봉합됐다.
하지만 이강인을 향한 여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자숙의 의미로 이강인을 이번 A매치 소집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강인 문제를 미루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표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논란 끝에 태극마크를 단 이강인은 이번에 소집된 선수 중 가장 늦은 19일 입국해 황선홍호에 합류했다.
공항에서 사과 인터뷰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는 어수선한 공항보단 훈련 전에 했으면 좋겠다는 대한축구협회의 만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에 따르면 이강인은 합류하자마자 선후배들 앞에서 다시 한 번 공개 사과하며 진심으로 뉘우친 모습을 보였다.
고개 숙인 후배를 따듯하게 감싸준 손흥민은 태국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강인 선수가 모든 선수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등에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강인 선수가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서 선수들도 이런 마음을 잘 받아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똘똘 뭉칠 계기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강인의 하극상으로 발생한 손가락 부상도 더는 언급되지 않길 바랐다.
손흥민은 "이제 손가락 이야기는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토트넘 감독님도 이야기하셨는데, 축구 선수다 보니 손가락이 하나 없어도 된다고 하셨다"며 "걱정하실 만큼은 아니다. 걱정해 주시고 신경 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혼란을 주는 건 나도 같이 미안해지고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축구라는 스포츠는 팀 스포츠다. 나로 인해 이런 (팀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나가는 건 불편하다. 정말 괜찮고 이정도 아픔은 모든 축구 선수가 갖고 있다. 이제 손가락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황선홍 임시 사령탑도 이강인이 운동장에서 동료들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좀 더 마음을 열고 화합해야 할 것 같다.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내일이 그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이강인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손흥민이 웃으며 받아주면서 대표팀은 아시안컵 기간 쌓였던 갈등을 완전히 털어냈다.
이제는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속죄할 차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태극전사들은 예전보다 더 똘똘 뭉치게 됐다. 태국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면, 야유는 다시 환호로 바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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