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국민연금 해외투자 확대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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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담 완화를 거부할 기업과 투자자는 단언컨대 없다.
시장은 기다려야 하고, 재정 당국은 기대치에 들어맞는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기업의 핵심 주주 명단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손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이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해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계속 늘리는 배경에 대해 "기금 성숙기에 자산 매각 시 국내 시장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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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담 완화를 거부할 기업과 투자자는 단언컨대 없다. 재정 당국도 이를 잘 안다. 하지만 나라 곳간의 건전성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세금 정책은 한 번 손을 대면 되돌리기 힘들어 신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세수가 부족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시장이 요구하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속도감 있게 나오기 힘들었던 이유다.
이틀 전 정부가 배당을 많이 하거나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인 기업·주주에 대한 법인세·배당소득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빠듯한 곳간 사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세법 개정안 발표 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지금쯤 기재부 세제실 인력이 총동원돼 정책 효과와 세수 영향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기다려줘야 한다.
시장은 기다려야 하고, 재정 당국은 기대치에 들어맞는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 세수 공백 우려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이도 저도 아닌 구체안을 내놓아선 안 된다. 요란한 말의 성찬으로 시장 참여자를 현혹한 후 알맹이 없는 후속책으로 얼렁뚱땅 넘어가기에는 우리 증시 앞에 놓인 미래가 너무나도 불편해서다.
대표적인 ‘불편한 미래’를 하나 꼽아보자.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 수입이 연금 지급액보다 많은 성장기에 속해있다. 이 성장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겨우 6년 후면 끝난다. 2030년부터는 기금에서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30년 후인 2054년 소진된다는 점 위주로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위기는 6년 후부터 시작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기업의 핵심 주주 명단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자본시장의 큰손’이 연금 지급을 위해 투자했던 기업에서 투자금을 빼기 시작하면 그 충격은 어떨까.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 나름대로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한 단계적 출구 전략을 고민할 테지만, 언젠가 국내 주식 상당수를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언론 특유의 호들갑이 아니다. 손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이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해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계속 늘리는 배경에 대해 “기금 성숙기에 자산 매각 시 국내 시장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손 실장은 “국내 주식 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연금 지급이 수입보다 많아지는 성숙기에 연간 수십조원을 매도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개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 주식, 해외 주식보다는 비트코인”을 유행가처럼 외치는 요즘이다. 해외 증시에도 가상화폐에도 밀리는 한국 증시인데, 기관 맏형 국민연금마저 언젠가 떠나야 한단다. 그때쯤 외국인 눈에 우리 주식시장의 매력이 보이기나 할까.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들고 나온 건 반가운 일이다. 국민이 좋은 배당주를 골라 매입하고, 그 배당금으로 노후 대비를 하는 모습이 건전한 주식시장의 풍경이다. 정부의 이 정책 행보가 부디 총선용 이벤트가 아니길 바란다. 금세 다가올 불편한 미래를 똑바로 주시하자. 한국 자본시장의 명운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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