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람·돌·물이 작품이 되는 곳···수풍석 뮤지엄

이영경 기자 2024. 3.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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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의 수·풍·석 뮤지엄 가운데 바람을 테마로 한 풍뮤지엄. 나무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주의 물과 바람, 돌 자체가 작품이 되는 공간이 있다. 재일조선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1935~2011)이 건축한 건물이자 작품인 수·풍·석 뮤지엄이다.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 왔다면 인근 수·풍·석 뮤지엄에 들르는 게 좋다. 뮤지엄이라고 해서 미술품이 전시된 곳은 아니다. 수풍석 뮤지엄은 제주의 물·바람·돌을 테마로 만든 공간으로, 각 건축물이 물·바람·돌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된다.

제주 수풍석뮤지엄 가운데 물을 테마로 한 수뮤지엄. 수풍석뮤지엄 홈페이지 캡처

수 뮤지엄은 카메라 렌즈를 닮은 원형의 건물 안에 물을 채워 넣었다. 뚫린 천장은 카메라 렌즈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풍경은 물에 반사된다. 물은 하늘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담아내는 화폭이 된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물에 반사된 하늘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빛의 변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풍 뮤지엄은 제주의 바람을 소리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람의 건축가’로 불리는 이타미 준의 작품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목재를 사용한 단순한 형태의 건축물 안에서 나무 틈새로 통과하는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관람객들은 긴 복도를 천천히 걷거나 내부에 있는 돌 위에 앉아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제주 수풍석뮤지엄 가운데 돌을 테마로 한 석뮤지엄. 경향신문 자료사진

석 뮤지엄은 제주의 현무암을 테마로 한 공간이다. 천장 모서리에 뚫린 비스듬한 구멍으로 빛이 들어와 태양의 위치에 따라 바닥에 다른 모양과 각도의 빛을 남긴다. 시간이 맞으면 바닥에 설치된 넓은 돌 위에 정확히 태양빛이 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쇠로 만들어진 건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녹이 슬어 세월의 변화를 자연스레 느끼게 해주며, 다양한 각도에서 주변의 돌을 감상할 수 있다.

‘명상의 공간으로서의 뮤지엄’을 추구하는 수·풍·석 뮤지엄은 자연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 이타미 준이 설계한 건축물을 둘러볼 수 있다. 2022년엔 제주시 저지 예술인마을에 유동룡 미술관이 문을 열어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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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culture/art-architecture/article/202403201720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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