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안정돼야 국민이 건강한 먹거리 먹을 수 있죠”

김용희 기자 2024. 3. 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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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찾은 전남 영암군 시종면 신학리의 멜론 시설하우스 내부는 농작물이 다 뽑혀 벌건 흙이 드러나 있었다.

주인인 권혁주(51)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값을 잘 받으려고 일찍 농사를 시작했다가 이상기후 때문에 다 망쳐버렸다. 비료값,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멜론 1㎏당 5천원은 받아야 하는데 3천원밖에 못 받게 됐으니, 손해를 메우려면 올해도 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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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전남 영암군 시종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김봉식 영암군친환경농업협회 회장(왼쪽)과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이 농민의 열악한 소득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지난 19일 찾은 전남 영암군 시종면 신학리의 멜론 시설하우스 내부는 농작물이 다 뽑혀 벌건 흙이 드러나 있었다. 지난달 중순 모종을 심은 뒤 보름 넘게 비가 계속 내리면서 일조량이 부족해 싹이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인인 권혁주(51)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값을 잘 받으려고 일찍 농사를 시작했다가 이상기후 때문에 다 망쳐버렸다. 비료값,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멜론 1㎏당 5천원은 받아야 하는데 3천원밖에 못 받게 됐으니, 손해를 메우려면 올해도 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권 국장의 하우스를 둘러보던 김봉식(49) 영암군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생산비 상승에 기후위기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폭등했지만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농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1만원짜리 금사과’가 그런 경우”라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정부가 농업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강조하는 ‘경쟁력 강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권 국장은 “작년 5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업소득이 948만5천원이었다. 처음으로 1천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이라며 “생산에만 집중하기도 힘든 농민들이 실패 부담을 안고 유통과 가공, 시설 투자에까지 신경을 써가며 ‘경쟁력 강화’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잘못된 ‘경쟁력 강화론’의 대표적인 예가 가루쌀과 논콩”이라며 “‘밀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관의 말 한마디에 가루쌀 재배 농가가 늘었는데 아직 제품은 찾아볼 수 없고 우리나라 기후와 맞지 않은 논콩 재배를 장려했다가 지난해 큰비에 곳곳에서 싹 갈아엎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22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위기, 생산비 폭등 등에 대비하기 위해 농업예산을 확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이들은 농업 생산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국회 상황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김 회장은 “표를 생각하는 정치권은 인구의 4%(2022년 기준 216만명)에 불과한 농민에게는 관심이 없다”며 “대부분 도시와 농촌을 묶어 1개 지역구로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도시에만 신경을 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쌀값 안정과 농민 기본소득 등을 보장하는 ‘농민 3법’(양곡관리법 개정안, 필수농자재지원법, 농민기본법) 처리를 22대 국회가 마무리지어야 할 대표적 농업 입법으로 꼽았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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