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대정원' 1639명 늘렸지만…지역 필수의료 복원 남은 과제 있다

강승지 기자 2024. 3. 21.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 국립대병원, 빅5 수준으로 육성…지역수가 등 보상강화
수도권 쏠림 개선 시급…지역에 남을 수 있는 여건 마련돼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4대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는 올해 대학 입학시험부터 늘어나는 의과대학 정원 2000명을 대부분 지방 의대에 배정하면서 고사 직전인 지역 필수의료가 앞으로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핵심은 필수의료 지원자가 많아야 하고, 지방 의대를 졸업한 후 지역에 머물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20일 오후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2025학년도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비수도권 27개 대학에 1639명(82%), 경인 지역 5개 대학에 361명(18%)을 배정했다. 서울 소재 8개 대학에는 1명도 배정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서울 지역의 의료 여건이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결정으로 의대 정원이 49명인 충북대는 200명으로 늘어나 4배 이상 정원이 확대됐다. 서울대(135명), 연세대(110명) 등 기존 서울 주요 의대보다 훨씬 많아졌다. 강원대(49명)는 132명, 제주대(40명)는 100명으로 늘었다.

갑작스러운 의대 정원 확대에 의학계는 시설, 기자재 부족과 가르칠 교수진이 충분치 않아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충북대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1970년대 국민학교 수업처럼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 강의해야 하는데 이는 풀빵 찍어내듯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원이 40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난 한 수도권 의대 필수 진료과 교수는 "의대를 보내고 싶으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방에 내려가 사는 가정도 생기겠다"면서 "급진적 증원이 의학 교육에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이번 조치를 비꼬았다.

19일 충북대학교 대학 본부 앞에서 충북대 의대 교수회·의과학생 비대위가 피켓시위를 했다. 비대위 소속 공현호 재활의확과 교수의 인터뷰 사진.2024.3.19./뉴스1 ⓒ News1 임양규 기자 ⓒ News1 임양규 수습기자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필수 진료과의 한 교수는 "필수 진료과 의료진 처우가 더 엉망이 될 테고 이런 대우를 받고 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 전공의들을 설득할 수도 없었다"며 "이제는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낼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일은 빅5 같은 병원이 우리 지역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국민 심리를 악용했다. 2000명을 증원하는 이유는 수도권 대학병원이 총 66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짓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일꾼을 만들어 내려, 끼워 맞췄다는 의구심도 의료계 안팎에서 팽배하다"고 비판했다.

의대증원과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 연관된다는 의료계 지적들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수도권 분원 설치에 대해서는 기존 허가보다 절차를 강화해 추가 규율을 받도록 시스템을 바꿀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증원이 실제 지역의료 기반 확충으로 이어지려면 의사들이 지역에서 수련하고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장치도 제안된다. 지역의대를 졸업한 의사도 수도권으로 가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개선할 수 없으면 지방 의대 정원을 제아무리 늘린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취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 받은 자료를 보면 2014~2023년 지방 의대 졸업생 1만 9408명 중 46.7%(9067명)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수련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경북권 소재 의대 졸업생의 90%는 수도권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거쳤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지방 의대 증원과 함께 지역 국립대병원 등 거점 의료기관이 필수의료의 중추가 되도록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1200명인 9개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2027년까지 2200명으로 1000여 명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필수의료 취약지에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하는 '지역수가'를 도입하고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지역의료 발전 기금 신설도 검토한다.

지역 의료전달체계 재정비 차원에서 상급종합병원, 2차병원(병원·종합병원), 전문병원, 의원 등 각급 의료기관의 기능도 정비한다. 지역 거점병원과 병의원 사이 진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계약에 의해 의대생이 장학금과 수련비용을 지원받고 교수 채용 기회를 가지며 거주 지원도 받는 대신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 일하는 '지역의료 리더 육성 제도'나 의사가 충분한 수입 등을 보장받고 지역 필수의료기관에 장기근속 계약을 맺는 '지역 필수의사 우대계약제' 등도 검토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 계약에 의한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 지역수가 등 재정 투입 총 3가지 차원에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라든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들도 착실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