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박용진 찍어내기'…'정적제거'인가 '공정경쟁'인가

김주훈 2024. 3.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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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강북을' 득표율 공개에 당내선 '갑론을박'
"정적제거 의도 뻔해" vs "큰격차로 패하지 않았나"
朴, 신인에 압도적 패배…정치적 입지 흔들리나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페널티 55%를 안은 채 서울 강북을 경건에 임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국 패배하자, 당내에선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횡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득표율을 공개하면서다. 이를 두고 막판 '찍어내기'라는 주장과 공정 경쟁을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지난 2022년 8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입장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20일 민주당에 따르면, 현역인 박 의원이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에게 패배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경선 과정에서 사실상 '찍어내기'에 가까운 경선 방식이 도마에 올랐지만, 박 의원은 경선 완주 의지를 드러냈고 패배하자 결국 승복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경선 득표율을 공개하면서 당내 일부에선 "이해는 하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전날(19일) 경기 성남·중원 현장 기자회견에서 "강북을 선거 결과를 제가 차를 타고 오면서 보고 받았는데, 해당 지역 권리당원·전국 권리당원들이 투표한 결과 가감산 없이 압도적인 차이로 (조 이사가) 후보로 결정됐으니,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자"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 따르면, 우선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율은 53.18%로 이 가운데 조 이사는 53.75%, 박 의원은 46.25%를 받았다. 전국 권리당원 투표율은 26.31%이며 조 이사는 76.85%, 박 의원은 23.15%다. 두 후보 모두 감산·가점을 받은 만큼, 이를 반영하면 조 이사 80.6%, 박 의원은 19.4%로 격차는 61.2%p다. 감산·가점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는 조 이사 69.93%, 박 의원 30.08%다. 이 대표 입장에선 그동안 소위 '비명횡사' 논란으로 불공정 경선 의혹이 제기된 만큼, 큰 격차로 박 의원이 패배한 것은 '공정 경선 증거'로서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득표율은 박범계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도 말을 아낀 부분이다. 박 위원장은 구체적인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은 채 "득표율은 해당 후보자 대리인이 보고 갔다"며 "(결과를) 공개할 수 없지만 상당한 정도의 득표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갑작스럽게 득표율을 공개하자, 당내 일부에선 '박용진 찍어내기'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투·개표의 진행상황은 공개하지 아니한다'라는 당 당규 37조(투·개표 관리) 3항까지 언급되면서 이 대표 행보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강북을 경선이 진행 중이던 19일 현장 기자회견에서 "현재 강북을 지역에서 전당원투표가 이뤄지고 있다"며 "사상 최대 투표율을 기록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 결과까지 합쳐서 공천 문제는 오늘 밤 매듭짓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투·개표는 당사자와 대리인만 볼 수 있고 당헌상 투표 진행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적시됐는데, 이 대표는 유세 중 투표율을 언급하지 않았나"며 "일정 부분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모습은 부적절한데, 득표율까지 공개하는 건 의도는 뻔하다"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이 19일 경남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박 의원은 "미련하고 바보스러워 보일지라도 상식을 위해 끝까지 경선에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진=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 의원이 경선 결과에 승복했음에도 이 대표가 득표율을 공개한 것은 박 의원이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공정 경쟁'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 경선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재선이자 대선 주자로 언급되는 박 의원이 정치 신인에게 큰 격차로 패배했다는 점은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일관되게 박용진은 안 된다는 신호를 준 것 아니겠는가"라면서 "참, 비정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결국 이 대표 체제로 당을 체질 변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권이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싹을 잘라내는 것"이라며 "박용진을 자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는 박 의원과 조 이사 간 경선 결과 큰 격차가 벌어졌을 뿐 아니라, 앞선 정봉주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배한 박 의원에게 재경선의 기회를 준 것은 소위 '특혜'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조 이사는 득표율 공개는 박 의원이 감산을 받았어도 큰 격차로 졌다는 사실을 밝히려는 이 대표의 의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병주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그 지역에 많은 후보들이 지원했는데 박용진 의원에게 경선의 기회를 줬지 않냐"며 "경선 기회를 안 줬다면 찍어내기가 될 수 있으나, 경선 기회를 주고 투표에 의해서 된 것"이라고 이 대표를 방어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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