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에 전셋값 올라간다" 또 '구원투수' LH 불러낸 정부
정부가 주거 안정을 위한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활용해 비(非)아파트를 매입,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부채가 점점 불어나고 있는 LH 상황을 고려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는 공공임대주택 등 정부 주거 정책에 협조하는 LH에 대해 경영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전날 "LH가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부채가 올라갈 수 있는데 기재부와 합의해 추가 부채는 경영평가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H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할 수 있도록 당근책을 꺼내든 셈이다.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에는 절대적인 지표다. 직원들은 평가 등급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되고 기관장들은 최하등급을 받으면 해임까지 될 수 있다. LH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D등급(미흡)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건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LH가 역할을 해줄 수밖에 없는데 LH가 역할을 하면 할수록 경영평가가 안 좋아지는 과정으로 갈 수 있다"며 "LH가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아 그런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영평가 과정에서 재무성과 등을 평가하는 정량 평가도 있지만 정책기여도 등을 반영한 정성 평가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 등에서 종합적으로 가점을 주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 단골 부처가 된 국토부는 LH 손을 벌리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사업이 한정적이다. 주거 분야뿐 아니라 철도 지하화 등까지 모두 LH에 도움을 구하지 않고는 할 수 없다.
LH 등에 따르면 LH 부채 규모는 2020년 129조7000억원, 2021년 138조8000억원, 2022년 146조6000억원, 지난해 상반기까지 151억2000억원까지 늘었다.
LH는 지난해 6월 기재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받고 2022년 218.7%인 부채비율을 오는 2027년까지 208.2%로 낮추도록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올해도 수많은 정부 정책에 동원되면서 부채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건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서진형 광운대 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매입임대 정책은 수익성, 경영성과 제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주거복지안정 기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전에도 전세금이 오를 때마다 LH를 끌어들여 매입임대 정책을 펼쳤는데 그중 일부는 공실로 방치되는 등 문제가 이어졌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임대주택 공가(빈집)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임대주택(96만5841호)의 4%인 3만8901호가 빈집이었다. 대중교통, 상업지 등 편의시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급 이뤄지면 수요자 외면받은 결과다.
LH 부담은 늘었다. LH가 1년 이상 임차인을 찾지 못해 발생한 임대료 손실액도 2018년 113억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 290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임대료 손실액 총합만 1155억7000만원 규모다.
이번엔 과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실효성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단 조언이다. 서 교수는 "(정부가) 목표 설정할 때 양도 중요하지만, 질을 중요시하는 방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임차인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내에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수도권 비중이 70%가 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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