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르면 내년 세계 첫 ‘수자원 전용 위성’ 쏜다
우리나라가 수해(水害) 예측과 대비를 위한 ‘수자원 전용 인공위성’을 세계 최초로 발사한다고 수자원공사(수공)가 20일 밝혔다. 날씨와 상관없이 하천의 흐름과 땅속 수분 함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첨단 기술이 탑재되는 이 위성은 이르면 2025년 말 발사될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 우주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공위성을 운영 중이지만, ‘수자원 전용’으로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수공 측은 설명했다. 작년 말 197억원을 투입해 세종에 첫 삽을 뜬 위성센터는 2025년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자원 위성 개발에 착수한 건 지난 2016년.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댐 수문을 열어 물을 내려보내면서 접경 지역의 홍수 피해가 반복되자 한반도 전역의 하천 흐름을 실시간 감시할 수단이 논의됐고, 위성이 낙점됐다. 특정 지점에 수위계를 꽂아 물 높이를 측정한 뒤 하류에 미칠 여파를 분석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즉각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위계를 꽂을 수 없는 북한에서 사전 통보를 해주지 않으면 언제, 얼마큼의 물을 내려보낼지 예측할 수 없었다. 작년 한 해에만 북한의 예고 없는 방류로 경기 연천군 필승교의 수위가 10차례 초과했다.
4대강 사업 때 정비해 2013년 이후 홍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본류(本流)와 달리, 정비에서 빠진 섬진강과 지방 하천, 4대강 지류(支流)에서 수해가 반복된 것도 위성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하천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적은 강수량에도 둑이나 제방이 터지는 등 예상치 못한 홍수 사고가 반복됐다. 그런데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강에 손을 대기 어려워지면서 위성을 통해 지류·지천 정보를 파악하고 홍수를 대비하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핀란드에서 위성 영상을 구입해 홍수 대응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겨냥해 설계된 위성이 아니어서 정보의 질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수공 관계자는 “돈을 주고 사오는 위성 자료로는 우리가 원하는 주기로 관측이 어렵고, 해상도가 낮아 보정에만 3~4일이 걸리기도 한다”며 “수자원 전용 인공위성이 발사되면 홍수 관측과 대처, 하류 대비책을 내놓는 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수자원 위성에는 한반도 전역의 하천을 감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폭우로 인한 땅 모양의 변화나 토양이 머금은 물의 양까지 계산할 수 있는 기술도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을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을 만큼 흙이 부풀어 오르면 적은 양의 비만 더 내려도 토사가 붕괴할 수 있다. 이런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지자체에서 주민 대피 등의 조치를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자원 위성에는 밤 시간대나 악천후에도 상관없이 지표를 관측하고 빠르게 정보를 송신하는 기술이 들어가 위험 상황을 시시각각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 여파로 최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퍼붓는 ‘극한 호우’가 늘어나는 추세라 빠르게 불어나는 물의 양과 물살에 휩쓸려 변형된 지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수공은 국내 뿐만 아니라 수자원 위성으로 생산한 해외 자료를 수출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물난리 예측과 대비에 맞춰진 정보를 원하는 국가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수공 측은 “세계 최초로 수재해 활용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운영할 예정”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의해 제다(Jeddah)시의 홍수 예측에도 우리 수자원 위성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