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한 尹 결단, 총선에 미칠 영향은... "민심 돌아올 것" "효과 제한적"

김민순 2024. 3. 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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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사의 수용, 이종섭 조기 귀국
여당 내부서는 안도의 한숨
윤-한 갈등 재연 양상에 불안감도 여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발 물러나면서 '황상무·이종섭' 사태의 파국을 피했다. 최대 악재에서 벗어날 계기를 잡은 국민의힘은 '민심이 돌아오는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고집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여전한데다 총선이 임박해 떠밀리듯 갈등을 봉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20일 윤 대통령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사의를 수용하고, 이종섭 주호주대사는 21일 귀국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자 안도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급락하면서 "이대로면 100석도 어렵다"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당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판단에서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국민은 늘 옳다'고 했던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상"이라며 "유권자들도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 국민 의견을 수용하고,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 자체에 긍정적인 평가를 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지역 한 의원도 "늦었지만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중도층 민심도 서서히 돌아올 것"이라며 "앞으로 민생 의제를 전면에 부각하면서 실언·막말 등 추가 리스크 발생만 경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사의 거취 문제를 촉발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사를) 불러들인다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얼렁뚱땅 조사하고 다시 내보내면 똑같은 것"이라며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를 물러나게 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사의 자진 귀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경기 권역 선대위원장인 김학용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 대사는) 나라를 위해 자진 사퇴하고 들어와서 '공수처는 언제든지 불러라, 나는 떳떳하다' 이렇게 하는 게 국민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지만 그사이 허비한 시간이 부담이다. 선거가 불과 3주 남아 야당의 '정권 심판론' 구도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측면에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계속 버티면 선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대통령실에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민생과 경제 문제가 큰 상황에서 마지못해 결정했다는 인상을 주는 만큼 총선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은 "눈 속임용 조기 귀국" "제2의 약속대련"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당정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점도 껄끄럽다. 윤 대통령은 버티고 한 위원장은 압박하는 모양새가 반복된다면 선거를 앞두고 치명적이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둘러싸고 '친윤계'와 한 위원장 측은 이날 치고 받았다.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비례대표 공천)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한 위원장과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맞섰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실 결정으로) 한시름 놨는데 이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다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에서도 '당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호통치시는 분들이 많다"며 "친윤계와 지도부 간 대립으로 분열되면 선거는 패배한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에 불리하지 않은 판세라는 전망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현재(20일) 기준으로 총선에서 민주당이 142석, 국민의힘이 136석, 조국혁신당이 14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며칠간 가장 큰 변수는 '대통령 고집불통 리스크'였다"며 "그런데 뜻밖에도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과 보수 언론의 주장을 수용했다"고 평가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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