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는 지쳤다…비방으로 변질된 미국 대선 [기자수첩]

정혜인 기자 2024. 3. 2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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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비방과 막말로 얼룩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으로 이번 대선도 막말이 오가는 네거티브(negative·부정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것으로 이미 예상은 했지만, 현재 선거 유세 현장에서 들어오는 막말과 비방 수위는 이를 뛰어넘는다.

변수가 없는 한 11월 대선 최종 후보가 될 예정인 두 인사의 선거 유세 우선순위에서 유권자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할 정책 설명은 뒷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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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전 세계가 주목하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비방과 막말로 얼룩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으로 이번 대선도 막말이 오가는 네거티브(negative·부정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것으로 이미 예상은 했지만, 현재 선거 유세 현장에서 들어오는 막말과 비방 수위는 이를 뛰어넘는다. 2020년 대선 당시 비교적 점잖게 대응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마저 비방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거 유세'란 후보자가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가 있는 지역을 돌며 자기 의견 또는 소속 정당의 주장을 홍보하는 행위를 뜻한다.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자신의 공약을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해 지지율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대선 유력 후보들의 선거 유세는 경제 정책 등 국가 발전을 위한 공약 설명보다 경쟁자에 대한 비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이코', '피바다', '바이든은 멍청한 대통령' 등 이전보다 거센 막말을 쏟아내며 리턴매치(재대결)가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논란을 집중 공격하며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고 있다. 변수가 없는 한 11월 대선 최종 후보가 될 예정인 두 인사의 선거 유세 우선순위에서 유권자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할 정책 설명은 뒷전이 된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조사에 따르면 네거티브 선거 광고의 효과가 포지티브(positive·긍정적인) 선거 광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뭐든지 정도가 지나치면 역효과가 난다.

대선 후보들의 '핵심'이 빠진 선거전에 미국 유권자들은 벌써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한 유권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올해 미 대선이 "고슴도치(hedgehog)와 포큐파인(porcupine·호저, 고슴도치와 비슷하나 덩치가 더 큰 포유류)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경합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유권자도 "트럼프와 바이든, 누구에게 투표하든지 간에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표권 행사 포기를 시사했다. 바이든과 트럼프, 최근 여론조사에 박빙 구도를 펼치고 있는 만큼 견고한 지지율 확보가 중요하다. 과도한 비방전을 멈추고 자신만의 정책을 앞세워 유권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때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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