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왜 달마저 소유하려 하나
달은 오랜 시간 지구인의 꿈이었다. 우주 탐사 초창기였던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2호는 ‘달 박물관’이라는 비공식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당시 유명 예술가였던 앤디 워홀과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의 그림이 담긴 작은 타일을 우주선 다리에 부착한 것이다. 이것은 외계인이 우리의 흔적을 알아봐 주길 원한 20세기 지구인들의 꿈이었다.
반세기 이상이 흐른 지금, 미국의 민간 탐사선 오디세우스가 현대미술의 거장 제프 쿤스의 작품 ‘월상’을 싣고 달로 떠났고 마침내 착륙에 성공했다. 공식적으로 달에 도착한 첫 예술 작품인 ‘월상’은 지름 1인치의 달 모양 미니어처 조각 125개이며, 레오나르도 다빈치, 버지니아 울프, 스티븐 호킹 등 인류 역사에 영향을 준 인물들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구에는 이에 대응하는 조각들이 남았다. 달에 도착한 작품 위치를 보석으로 새긴 조각 125점이 세계적 화랑 페이스 갤러리에서 판매된다. 구매자는 조각 작품의 디지털 이미지가 담긴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는 달과 지구 양쪽에 있는 조각들의 소유권이 기록되어 있다.
지구인이 만든 예술 작품을 달에 보내는 낭만적 프로젝트는 우주에 닿기 위해 노력해 온 인류의 성취로 보인다. 그러나 아폴로 12호가 싣고 떠난 꿈과 오디세우스의 그것이 같을까? 우리를 알아보고 소통하길 원하는 바람과, 지구인의 소유물을 달에 보내고 지구에서 그 소유권을 확정하는 것은 다른 태도다.
우리는 이제 NFT와 같은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가상 세계에 작품을 소장하려는 욕망을 넘어 38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달에 소유물을 전시하고 우주의 일부분을 소유하려는 꿈을 꾼다. 자기 소유 영토를 무한히 넓혀 나가려는 지극히도 지구인 중심적인 꿈이다. 물론 언젠가 우리의 삶이 우주에 더 가까워지면, ‘월상’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예술사에 한 획을 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이 될지,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이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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