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온 듯한 생동감에 주름까지 보이는 선명함
3세대 AI 8K 프로세서 탑재… 색상 명암비 역동성 등 향상
음향도 AI 적용 입체감 살려… 저화질 콘텐츠는 보정 어려워
2014년 결혼하면서 구매한 삼성전자의 55형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지금까지 쓰고 있는 이유다. 10년 전 화질에 적응한 채 “세상 영상들이 다 이런가 보다” 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 번에 깨뜨린 TV를 만났다. 삼성전자가 13일 공개한 2024년형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다. 최근 2주 동안 75형 네오 QLED 8K를 사용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세계’를 경험했다.
네오 QLED 8K TV의 가장 큰 특징은 전년 대비 8배 많은 512개 뉴럴 네트워크와 2배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가진 ‘3세대 인공지능(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이다. 저해상도 영상을 8K급으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업스케일링’ 기능의 핵심 역할을 한다. 영상 속 사물이나 인물, 화면 특성 등을 분석해 명암비와 색상, 역동성 등을 보정해 준다.
‘얼마나 영상이 좋은지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넷플릭스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죽어도 선덜랜드’(HD 화질)를 봤다. 오프닝 노래가 나오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네오 QLED 8K에는 사운드 기술에도 AI를 적용했다. 콘텐츠마다 다른 음량 차이를 감지해서 목소리를 분리해 증폭시키는 식이다. TV 화면에서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입체 사운드 기능 덕분에 관중의 함성과 선수의 움직임에 따른 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렸다. 선수들이 몸싸움하는 장면에서는 소리가 증폭돼 현장감이 더 살아났고, 관중의 함성 소리는 배경음으로 흘려 생동감을 더했다.
빠른 속도의 경기 장면에서도 선수들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구현됐다. 공중 볼을 경합하는 장면에서도 선수 유니폼의 흔들림과 땀으로 범벅된 얼굴, 축구공 무늬, 선수들 피부까지 생생하게 전달됐다. 대충 흐릿하게 넘기는 컷이 없는 느낌이었다. 영국 축구장 특유의 느낌과 분위기까지도 TV로 전달되는 듯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요금제에 따라 UHD급 영상을 제공한다. 이럴 땐 더 뛰어난 화질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K TV는 8K 영상을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유튜브와 삼성TV에서 제공하는 8K 영상을 봤다. 사람의 눈으로 보기 힘든 동물의 솜털까지도 구현됐다. 아이돌 가수들의 영상을 8K로 볼 땐 VIP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뮤지컬 영화 ‘마틸다’를 봤다. 배우들의 모공과 주근깨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영화 특유의 색감이 선명하다 보니 딸이 “영화 색깔이 너무 예뻐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1991년에 제작된 ‘나 홀로 집에’도 봤다. 비디오테이프 시절 영화를 보는 듯할 것이라 생각했다. 오래된 영상미가 남아 있었지만 화질이 개선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평소에 피부가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 연예인이 나온 영화를 봤다. 네오 QLED 8K로 보니 화장 아래의 피부 상태까지 보였다. 아내는 “피부가 좋지 않은 연예인들은 8K TV 별로 안 좋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바로 통신사 문제다. 필자는 K통신사의 월정액 요금제를 쓴다. 하지만 통신사 단말기(셋톱박스)를 통해 전달되는 일부 채널의 경우 송출되는 영상 자체의 품질이 좋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런 영상은 업스케일링도 한계가 있었다. 해상도나 픽셀 등이 저품질인 영상은 아무리 TV가 좋아도 만족할 만한 화질로 구현되진 않는다. 이럴 땐 수동으로 화면 상태를 설정해 놓고 본인에게 맞는 화질을 찾는 노력이 필요했다.
기존 TV가 미세먼지 가득한 날 한강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면 8K TV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도심을 보는 느낌이었다. 네오 QLED 8K 출고가는 500만∼1590만 원이다. 가격은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AI TV의 끝판왕을 경험하고 싶다면 TV 매장에 가서 네오 QLED 8K TV를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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