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28] 절절하사(折節下士)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4. 3.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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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절절하사(折節下士)란 큰 뜻을 품은 사람이 자기 주장이나 생각을 굽히고 여러 선비들에게 자기를 낮춘다는 뜻이다. 하사(下士)는 하인(下人)이라고도 하는데 남에게 자기를 낮춘다는 뜻이다. 조선 임금 중에서 이를 잘 갖추었던 임금은 태종이다. ‘태종실록’ 총서에는 젊은 시절 태종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고려 말 태종은 세상을 구제할 뜻이 있어 능히 자기 주장이나 생각을 굽히고 여러 선비들에게 자기를 낮추었다.” 이는 상투적 표현이 아니다. 여러 형제들 중에 유독 이방원에게 많은 사람이 따른 이유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리더가 절절하사(折節下士)할 때라야 많은 이들이 따르게 된다.

많은 사람이 따르게 하는 또 한 가지는 너그러움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관즉득중(寬則得衆)이라고 했다. 사실 관(寬)과 절절하사지심(折節下士之心)은 서로 통한다. 설사 자기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 뜻과 어긋나더라도 많은 이가 바라는 쪽으로 선택하려면 자기를 낮춰야 하고 그렇게 하면 너그러워져 많은 이들이 따르기 때문이다.

세습 왕조 시대에도 이처럼 민심(民心)을 얻기 위한 임금들의 수양이 끊임없이 강조되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사회에서는 이 점이 더 중시되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선거 과정에서만 잠깐 자기를 낮추는 시늉을 할 뿐 막상 자리에 오르면 제왕도 이런 제왕이 없는 것이 지난 20여 년간 대통령들이 보여준 모습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절절하사(折節下士)는 그저 선거 승리를 위한 꼼수의 하나로 전락한 것이다.

태종은 정승 조준과 하륜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두 사람을 그냥 신하로 대하지 않았고 늘 스승과 같은 신하[師臣]로 대했다.” 한 번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늘 ‘조정승’ ‘하정승’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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