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오래산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2024. 3.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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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학자 박상철의 노화 혁명]

사반세기 동안 수많은 백세인을 찾아다니면서 그분들이 건강한지, 행복한지 관심을 기울여왔다. 백살에 이르면 몸과 마음이 노쇠하여 침체한 상태이리라고 지레짐작하였는데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십여 년 전이나 최근에 만난 백세인들은 늘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다. 백살에도 불구하고 능동적으로 가족과 이웃과 어울리며 적극적인 삶을 구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 듦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보게 됐다.

그러나 백세인의 행복이 머지않아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식 수의 격감이다. 이십 년 전 백세인들은 자식 대여섯(평균 5.4명) 중 두세 명(2.9명)이 생존해 있었다. 요즘 백세인들은 대여섯 명(5.7명) 중 네댓 명(4.5명)이 아직 생존해 있다. 지난 이십 년 동안 가족 동거가 90%에서 50%로 줄어들고 혼자 살거나 요양 시설에서 사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러 자식이 있어서 찾아오거나 연락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은 것이다. 자식이 바로 노후 행복의 조건이 되어왔다.

앞으로 이십 년, 사십 년 뒤의 백세인들은 자식 숫자가 한두 명으로 제한될 것이고, 더 미래에는 출산율 격감으로 자식들이 채 한 명도 되지 않을 상황이 예측되고 있다. 그러한 시점에는 백수를 누릴지라도 자식이 없어 외로움을 극복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을 찾지 않는 한 행복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백세인 행복에 자식이 필요 조건임을 보면서, 미래 장수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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