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민주당은 강령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빼라
강령에 명시한 민주당이
동맹해체, 시장경제 부정하는
종북 진보당과 손잡는 현실
오로지 총선 이기겠다고
영혼마저 저버린 선거연대
그 후과 책임질 것인가
윤성민 논설위원
국가에 헌법이 있듯 정당에는 강령이 있다. 헌법이 국가 최고 규범이듯, 정당 강령도 당의 정체성과 세계관, 지향점의 정수를 담고 있다.
동맹은 헌법적 가치관의 공감대가 형성된 국가 간에 가능하다. 정당 간 연대도 강령상 현실 인식과 목표가 상호 수용 가능할 때 의미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할당과 지역구 단일화로 ‘선거 동맹’을 맺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의 강령을 보면 가치 체계상 연대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정치세력의 정체성은 우군보다 주적을 통해 더 잘 드러난다. 진보당 강령의 ‘해체’ 대상들을 보자. 강령4에 “대외의존 경제체제와 초국적 자본 및 재벌의 독점경제를 해체하고 민중이 경제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강화하여 경제주권이 실현된 민생 중심의 자주자립 경제체제를 확립한다”고 했다. 대외의존 경제체제의 해체는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의 거부로 풀이된다. 초국적 자본은 외세 자본, 재벌은 여전히 매판 자본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자주자립 경제’라는 용어적 혼란으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강령에선 “전략적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수입과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추구하자”며 국제 경제질서 속에서 활로를 모색한다.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재벌개혁을 강조하지만, 이는 시장 질서의 공정성 보완이지 진보당식 시장해체론과는 결이 다른 얘기다. 이렇게 서로 완전히 다른 곳을 보는 두 정치 집단이 손잡고 있는 것이다.
두 정당 간 안보관의 차이 역시 영혼을 팔지 않고서야 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진보당은 강령2에 “일제 식민 지배의 잔재를 청산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해체하여 민족 자주권을 확립한다”고 명시했다. 진보당의 전신으로 통하는 위헌 해산 정당 통합진보당의 ‘종속적 한미동맹 해체’를 다소 완곡하게 표현했을 뿐 의미는 같다.
민주당의 외교·안보분야 강령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라는 표현이 두 군데나 나온다. ‘한미동맹의 발전”을 언급한 대목도 있다. 이처럼 한미동맹을 군사 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정당이 한미동맹 해체를 일성으로 부르짖고 있는 곳과 ‘선거 동맹’을 체결한 게 민주당과 진보당 간 연대다.
강령은 국민에 대한 정당의 약속이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할당과 지역구 공천 양보로 반미·종북적 진보당 인사들에게 최소 4석 이상의 여의도 입성 티켓을 보장한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 파기이자 심각한 자기 부정이다. 애당초 강령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명시한 것 자체가 단어 나열에 불과한 기만행위라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잘 알려진 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진보당 계열 등 운동권과의 연대 효과에 일찌감치 눈을 뜬 사람이다.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될 때부터 통진당 전신인 민노당과 후보 단일화를 했고, 이후 시장 인수위와 시 산하기관, 청소용역 업체 등 이권 생태계에 이석기가 이끄는 경기동부연합 세력이 대거 포진했다. 민노당이 이때 성남시를 가장 모범적인 ‘공동정부’ 성공 사례로 꼽을 정도였다. 이때부터 형성된 운동권 네트워크로 시장 재선, 경기지사, 대선 후보, 당대표로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가 진보당과의 연대로 기대하는 것은 야권표 분산 방지와 함께 총선 후 범야권적 방탄 구축 및 대선 정지 작업인 듯싶다. 이번 민주당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 작업은 직업이 공동대표라는 ‘시위 대장’ 박석운 등이 주도했다. 향후 정치 행보에 ‘극렬 아스팔트 투사’들까지 원군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진보당의 강령에는 우리 헌법 가치인 자유, 인권, 행복 등의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자주’다.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이 그렇다. 자주를 내세워야 북한이 대미 자위권이라고 주장하는 핵무장과 반공화국 사범에 대한 인권 유린을 용인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이 대표의 민주당이 손잡은 데가 그런 정당이다. 분단 시절 서독 사민당은 동독 공산당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기민당을 타도하겠다는 자세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동독 슈타지의 스파이 귄터 기욤은 빌리 브란트 총리 비서로까지 침투했다. 영혼마저 저버린 선거 연대의 후과를 이 대표라고 다 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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