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본 축적은 노동생산성 제고의 열쇠 [아침을 열며]

2024. 3.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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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고령화로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노동생산성이 높으면 동일한 노동시간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적자본을 축적하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

특히 청년들은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할 수 있는 고숙련·고기술 일자리에 진입함으로써 향후 더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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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급격한 고령화로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노동생산성이 높으면 동일한 노동시간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생산성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한 가지 해법은 근로자들의 인적자본 축적을 촉진하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지식과 기술을 더 많이 보유할수록 생산에 대한 기여도는 증가한다. 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주니어가 경제성장의 원천으로 인적자본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교육은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로다. 특히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실생활에 적용되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이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3'에 따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대학 공교육비 지출은 OECD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국 대학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교육과정과 예산을 비롯한 대학 운영 자율성이 매우 낮다.

이런 한국 대학의 현실은 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의 적시 공급을 어렵게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고기술 산업에서 인력난이 심화하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와 대학 운영의 자율성 강화가 시급하다.

인적자본 축적의 또 다른 경로는 취업 후 경력을 쌓으며 담당 업무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적자본을 축적하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 특히 청년들은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할 수 있는 고숙련·고기술 일자리에 진입함으로써 향후 더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청년 고용의 질은 악화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청년 취업자 중 고숙련 직종인 관리자·전문가 비중은 1.9%포인트 증가에 그쳤는데, 중숙련 직종인 사무 종사자 비중은 4.1%포인트 감소하고 저숙련 직종인 서비스·판매직과 단순노무직 비중은 3.8%포인트 증가했다. 더욱이 팬데믹 위기를 거치면서 인적자본 축적의 기회를 잡지 못한 장기 미취업 청년들이 크게 늘었다.

청년들이 경력을 쌓으며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켜 고숙련·고기술 일자리를 늘리고, 직업훈련과 산학협력을 확대해 청년들이 이런 일자리에 진입할 기회를 늘리는 정책이 절실하다.

또한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와 성과 연동 보상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 노동경제학의 대가인 미국 시카고 대학의 로버트 토펠 교수는 다양한 일자리를 경험하며 직업의 특성과 본인 적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 미국 청년들의 노동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함을 발견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는 이런 경로가 작동하기 어렵다. 고용과 해고 비용이 높고 근로 형태에 대한 제약이 크면 기업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고, 이직 비용이 높으면 청년들이 본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일자리로 이동하지 못한다. 성과가 좋아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인적자본 투자의 유인은 약화한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골자로 하는 노동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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