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포장만 번지르르하고, 구체성 없는 ‘청년 대책들’ [광화문에서/박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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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가 처음으로 초등학생 장래 희망 '톱 10'에 든 건 4년 전이었다.
지난주 정부가 청년 친화 서비스 업종을 육성하겠다며 내놓은 방안에 웹툰 작가 지원책을 담은 건 일견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활용도는 이미 매년 하고 있는 웹툰 작가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표준계약서를 모른다는 웹툰 작가의 비율은 33%로 전년보다 4.6%포인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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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용을 짚어볼수록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지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 정책과제로 내건 ‘웹툰 표준계약서 고도화’는 창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계약을 맺을 때 표준계약서 양식을 사용하지 않는 웹툰 작가의 비율은 지난해 절반이 넘었다. 2021년에는 이 비율이 25%에 그쳤다. 하지만 활용도를 어떻게 높이겠다는 건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상황”이라고 했다.
표준계약서 활용도 점검만 고도화 대책 중 하나로 담아놨다. 하지만 활용도는 이미 매년 하고 있는 웹툰 작가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고도화는 단지 계약서 조항을 손보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표준계약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 웹툰 작가들이 계약을 맺는 플랫폼 기업 등보다 협상력이 낮은 탓도 있는데, 이에 대해선 아무런 내용이 없다. 심지어 지난해 표준계약서를 모른다는 웹툰 작가의 비율은 33%로 전년보다 4.6%포인트 늘었다. “활용도가 낮은 이유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은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내부 회의에서 할 말이다.
정부는 웹툰 작가의 정신건강 진단 및 관리도 지원하기로 했다. ‘웹 콘텐츠 창작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악성 댓글, 비난성 의견 등에 자주 노출돼 정신질환 위험이 우려된다.’ 정부가 자료에서 설명한 심리상담 지원 강화의 이유다. 웹툰 작가의 77%가 댓글로 작품에 대한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달아놨다. 하나의 직업군을 정신질환 위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근거로는 충분치 않다. 웹툰 분야의 취업과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와도 어떻게 연결되는지 의아하다.
수많은 청년 친화 서비스 업종 중 웹툰을 비롯한 웹 콘텐츠 분야를 선정하게 된 과정 자체도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 2030자문단 등이 제출한 의견을 바탕으로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업종 후보군을 뽑아 선정했다고 했다. 청년보좌역과 1, 2기 2030자문단을 모두 합하면 40여 명이다. 40여 명의 목소리가 후보군을 도출하는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이야기를 들은 방식도 “비공식적인 편한 자리”였다.
올 들어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4·10총선용이라는 건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청년’ 같은 키워드만 있고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는 정책들까지 계속 급하게 발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포장은 번지르르한데 ‘보여주기’에 그쳐 실효성은 기대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권 3년 차면 이런저런 무성의한 정책들보단 정부 조직 정점에 있는 대통령실의 말이나 행동 하나에 표심이 더 크게 왔다갔다 한다는 걸 알 때도 됐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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