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8년차' 기안84 "대상 받고 환대 무서웠다…웹툰 다시? 힘들어 안해" [마데핫리뷰](종합)
[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기안84가 웹툰은 다시 그릴 생각이 없다고 확고하게 말했다.
2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는 화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출연했다.
이날 기안84는 대상 이후의 삶의 변화를 묻자 "없더라. 조금 있을 줄 알았는데"라며 "근데 변화하면 안되겠더라. 변해가지고 친구들이랑 파티 같은 거 하면 대중들이 미워하겠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나이 먹으니까 아저씨들끼리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하니까 재미가 없더라"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상 받은 후 고향인 여주를 방문했던 기안84는 "정치를 하면 이렇게 되는 건가 싶었다. 너무 막 환대해 주니까 무섭더라"며 "망망대해로 나간 새끼 거북이가 짬 좀 차고 거대해져서 알을 까러 돌아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스스로에게 준 선물을 묻자 "물질적으로는 콘솔 게임기를 샀는데 설치를 안했다. 그것도 귀찮다. 나이 먹으니까 재미가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사람 좋아했다. 사람 많이 아는 게 인싸 같고 멋있었는데 부질없더라. 낭만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대상 수상 후 초심을 지키기 위한 루틴도 밝혔다. 기안84는 "예를 들어 오늘 메이크업을 받고 온다면 '이건 연예인인데?' 싶어서 싫고, AOMG 간 다음부터 옷 협찬을 많이 주더라. 근데 어차피 옷은 입는 것만 입으니까. 너무 이것저것 입는 건 별로더라. 그래서 원래 입는 것만 루틴대로 입자고 했다"며 "머리도 집에서 자른다. 미용실 가는 시간이 아깝더라. 가끔씩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답답해서 잘라주긴 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미술전공한 기안84는 "대학교를 미대 갔는데 화가가 되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외동인데 공부를 못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며 "열심히 했다. 근데 내가 보기엔 공부는 유전이 맞는 것 같다. 아버지가 퇴직금으로 장사를 할테니 그걸 물려 받으라고 하시는데 굉장히 부담스럽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기안84는 "미대 들어가서 미술을 하는데 어머니가 '너 졸업해서 뭐 해먹을래'라고 하시면서 친구들이랑 비교하면 이해하겠는데, 비 형님이 그때 잘 나갔다. 자꾸 비랑 비교하더라. 아니 근데 어떡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냐. 저 사람은 너무 어나더레벨인데. '내 친구 아들 공무원 됐다' 정도면 이해하겠는데, 지금이면 손흥민과 비교하는 거다. 내가 가수 한다고 했던 것도 아닌데"이라고 해 폭소케 했다.
군대에 간 이후 기안84는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교 복학해서 1년 다니고 계산을 해봤다. 원래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고 그림은 그렸으니까, 웹툰을 그려보려고 했다. 그때 웹툰 소재를 고민했는데 군대 만화는 있었다. 육군 만화는 있었고, 의경 만화는 없어서 해보자 한 게 '노병가'였다"고 밝혔다.
웹툰으로 벌었던 첫 수입은 60만 원이었다. 기안84는 "야후코리아에 처음 연재를 했는데 월 4회 연재에 60만 원을 주겠다고 하더라. 근데 중간에 회사가 끼여있어서 50%를 가져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전화를 해서 장난하냐고 화를 내니까 다 주겠다고 하더라"면서 "그때는 웹툰만 연재하면 돈이 안돼서, 낮에 아동 미술학원 가서 아이들 가르쳤다. 근데 픽업까지 시키더라. 집에 가서 웹툰 그리고, 저녁에는 입시 미술학원 가서 고등학생들 수업을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방송을 시작하게 됐는데. "'나혼산'이라는 프로그램이 먹고 자고 사는 걸 보여주는 거지 않나. 내가 빨래를 대충 하고 청소를 대충 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는 게 뭔가 싶더라. 배우가 연기로 인정 받고, 가수가 노래를 잘해서 인정 받는 건 알겠는데 나한테는 '너 빨래하는 거 죽이더라' 하면서 칭찬을 받으니까 감사하다고 하는 것도 웃기고, 돈 버는 방법이 참 많이 늘었다, 다양해졌다"라고 솔직함을 드러냈다.
그러다 기안84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대상까지 수상했다. 기안84는 갑자기 유재석에게 "형 다음 시즌 같이 가시면 좋을 것 같다"라며 러브콜을 했고, 유재석은 "나도 가면 좋은데 일정이…"라며 거절해 아쉬움을 남겼다.
어느덧 기안84가 방송한 지 벌써 8년이 됐다. 기안84는 "처음에는 좋았다. 사람들이 신호 기다리는데 어떤 미모의 여성 분이 '어머 사진 찍어주세요' 하더라. '야 이거 대박이다' 했다. 김밥집 가면 서비스도 주고 '아 죽인다' 했다. 근데 악플도 달린 걸 보니까 만화로 악플 달릴 때랑 다르더라. 만화가 욕 먹는 게 아니라 내가 욕 먹는 거니까 조심스럽더라"라며 "원래 저녁에 그림 다 그리고 뼈해장국집 가서 뼈해장국 먹고 소주 먹는 게 좋았는데, 얼굴이 알려져 있으니까 뒤집어쓰고 다닌다"며 인기와 맞바꾼 삶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기안84는 시청률을 꼼꼼히 챙겨본다고. "나 혼자 산다'는 제 에피소드가 나가면 확인을 한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메인으로 하는 거니까 매일 봤다. 시청률 떨어졌는데 PD가 좋게 좋게 생각하라고 하면 '뭘 좋게 좋게 생각하냐'고 했다. 2049는 얼마 나왔냐고도 물었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묻자 "그때부터 습관이 됐다. 웹툰은 실시간 조회수가 주식 창처럼 왔다갔다 바뀌니까 보다가 노이로제가 걸렸다. 근데 방송도 마찬가지니까"라며 "웹툰이나 방송이나 보는 사람이 재밌어야 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후 기안84는 인생에 대해 여행이다. 한 번 살다 가는 거니까 즐긴다는 마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맞이하는 자세가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게 크다더라. 위기가 와도 하나의 재밌는 이벤트,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며 "인생은 외줄 타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떨어질 수도 있는 거고,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받아들이자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웹툰을 다시 할 계획이 없느냐고 하자 "제가 공사장 막노동도 해봤고, 학원 강사, 아이들 픽업 등의 일을 했는데, 공사장 일 다음으로 웹툰이 힘들더라"라며 "안 할 것 같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솔직히 연재하면 초반에 어그로 끌다가 떨어질 것 같다. 오픈발로 모이다가 막상 별거 없다고 안 볼 거 같다"고 냉혹한 웹툰 세계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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