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유포하면 어떤 처벌 받나요?”...즉각 답 내놓는 ‘이것’에 변협 ‘태클’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3. 2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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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대륙아주, 벤처와 협력
업계 최초 24시간 자문 시작
질문 입력하자 30초만에 답변
변협, 공문 보내 우려 표시
“음란물 유포죄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나요?”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자 ‘AI대륙아주’가 답변을 찾기 시작했다. 약 30초가 지나자 화면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이 올라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받을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추가됐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법률용어인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범죄)의 뜻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한 답변을 내놓는 수준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국내 로펌 중 최초로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24시간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 AI대륙아주가 20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륙아주가 축적한 법률데이터를 기반으로 리걸테크 벤처기업 ‘넥서스AI’가 네이버의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했다. 법률데이터 축적을 위해 대륙아주 변호사들이 약 9개월간 1만개가 넘는 질문과 모범답안을 만들며 AI대륙아주를 학습시켰다. 24시간 웹과 모바일 등에서 사용 가능해 시간·공간적 제약이 없다. 일반인들이 법률상담에 느끼는 벽을 허물고 좀 더 친근하게 진입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이 기대된다.

대륙아주는 AI대륙아주가 아직 리걸테크(법률·기술 결합 서비스) 불모지인 한국시장에서 개척자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36조원에 그쳤던 전 세계 리걸테크 시장 규모는 2027년 4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 수는 7900여개로 투자금액은 약 1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시장에서 리걸테크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국내에서 법무법인이 관련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기대를 받는 AI대륙아주이지만 한국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서비스 초반부터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AI대륙아주 출시 이틀 전인 18일 대륙아주에 서비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소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24시간 무료 법률상담과 같은 문구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 ‘해당 서비스 운영 시 변호사가 법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직접 검수하느냐’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규정 4조 12항 등은 ‘사건 또는 법률사무소의 수임료에 관해 공정한 수임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를 표방하는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대륙아주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24시간 무료 AI법률상담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홍보했는데 변협은 이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륙아주는 서비스 광고 문구와 브랜드명 등에서 ‘24시간 무료 법률상담’이라는 용어를 빼고 대신 ‘법률 Q&A’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변협이 ‘변호사의 답변 검수 여부’를 물은 두 번째 질문이 변호사법 위반을 근거로 추후 AI대륙아주 서비스 운영을 중단시키기 위함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AI를 통한 법률상담은 비(非)변호사의 법률행위 제공으로 이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109조 위반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이달 4일 진행한 ‘2023년도 인권보고대회’에서도 “AI를 활용한 법률상담 등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변협이 추후 서비스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모빌리티 혁신’을 내걸었다가 좌초된 타다처럼 리걸테크 혁신도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대륙아주는 변호사법 해당 조항 위반 처벌 대상이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상담을 제공한 ‘자’로 규정된 만큼 AI대륙아주는 불법 소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해당 서비스는 ‘자’가 아닌 ‘시스템’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법도 아니라는 취지다. 대륙아주는 다음 달 1일까지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답변서를 변협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AI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우려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AI대륙아주에 현행법상 문제 소지가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앞으로 변협 및 유관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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