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치고 김하성 잡고...이거 실화입니다
2024시즌 개막전서 다저스 역전승
오타니 쐐기 적시타에 멀티히트 활약
김하성은 3타수 무안타 1볼넷 침묵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치고,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잡았다. 미국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꿈의 장면이 한국 야구팬들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정식 경기가 한국에서 열려 가능한 일이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시리즈’가 진행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경기 시작 전부터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부터 대기하던 팬들이 경기장에 입장하자마자 팝업스토어, 음식점, 매점 등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음식을 사려면 장시간 기다려야 했지만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슈퍼스타 오타니의 유니폼을 입은 박수현(38)씨는 “경기를 보기 위해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다”며 “메이저리그 경기를 ‘직관’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그 꿈을 이루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경기장 곳곳에서는 오타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샌디에이고의 김하성, 다르빗슈 유, 매니 마차도, 다저스의 스타 무키 베츠의 유니폼도 자주 목격됐다. 경기장 외부에 설치된 유니폼 판매부스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일본과 미국 팬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 로고가 반반 섞인 유니폼을 입은 한 일본인 팬은 “다르빗슈와 오타니의 맞대결을 가까운 서울에서 볼 수 있게 돼 설렌다”고 밝혔다.
개막전 티켓은 지난 1월 오픈 직후 1만6,000여 석이 8분 만에 매진됐다. 서울시리즈 대회를 주관하는 쿠팡 국내 회원만 구매가 가능해 일본인 팬들은 티켓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다. 때문에 일본여행사 JTB가 600만 원대에 판매한 서울시리즈 패키지 구매 경쟁률은 600대 1에 달했다.
역사적인 경기의 시작은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열어젖혔다. 현역 시절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에서 모두 뛰었던 박찬호도 ‘반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했다. 그의 손에는 1994년 다저스 데뷔전 때 사용했던 낡은 글러브가 있었다. 30년 전 미국에서 등판했던 것처럼 등번호 61번을 달고 마운드에 올라 시포자 김하성을 향해 힘차게 공을 던졌다.
경기를 앞두고는 2013년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최초로 빅리그에 진출한 류현진(한화)이 다저스 시절 사령탑이었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2019년 이후 4년 만에 재회했다. 류현진은 대전 지역 명물인 빵을 한가득 사들고 로버츠 감독에게 건넸고, 로버츠 감독은 반가운 마음에 빵을 '폭풍 흡입'했다.
이 밖에 일본 야구의 전설 마쓰자카 다이스케, 우에하라 고지, 후지카와 규지 등도 고척돔을 찾았다. 폭탄 테러 협박 메일 탓에 경찰이 출동해 폭발물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일도 벌어졌지만 다행히 경기 진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양팀 선수들이 소개되자 관중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특히 오타니와 김하성의 이름이 호명될 때는 더욱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는 그의 이름을 미국 방식인 ‘하성 킴’으로 연호하기도 했다.
한국 팬들 앞에서 빅리거들은 화려한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다저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샌디에이고 다르빗슈의 투수전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먼저 0의 균형을 깬 건 샌디에이고다. 샌디에이고는 3회말 1사 3루에서 산더르 보하르츠가 선제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점수를 내준 다저스는 4회초에 곧바로 제이슨 헤이워드의 외야 희생 플라이로 1-1 균형을 맞췄고, 샌디에이고도 4회말 무사 만루에서 루이스 캄푸타노의 병살타 때 1점을 보태 다시 2-1로 앞섰다.
하지만 후반 집중력은 다저스가 돋보였다. 다저스는 8회초에 대거 4점을 뽑아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무사 만루에서 8번 헤이우드가 동점 희생 플라이를 날렸고, 계속된 1사 1ㆍ2루에서 9번 개빈 럭스의 타구를 1루수가 제대로 잡지 못해 3-2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에도 무키 베츠와 오타니의 연속 적시타가 터져 달아났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샌디에이고는 이후 반격을 하지 못했고, 결국 다저스의 5-2 승리로 끝났다.
이날 주인공은 역시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였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른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로 나서 1회 첫 타석 때 김하성 쪽으로 타구를 날려 선행 주자를 2루에서 아웃시켰지만 3회초에 큼지막한 파울 타구를 날린 뒤 다르빗슈의 싱커를 공략해 이적 후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후속 타자 타석 때 곧바로 2루 도루도 성공했다. 5회초와 7회초 타석은 범타로 물러났지만 8회초에 적시타를 쳐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최종 성적은 5타수 2안타 1타점이다. 반면 김하성은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볼넷을 골라 한 차례 출루했을 뿐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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