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호수비에 "와~", 타티스 레이저 송구에 "오~", 오타니 안타에 "우와"
인기 K-팝 걸그룹 에스파가 화려한 공연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병현, 추신수, 류현진, 김하성 등 수많은 코리안 메이저리거 탄생의 씨앗을 뿌렸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감격에 빠진 표정과 함께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은 시구를 펼쳤다.
이어 장내 아나운서의 카운트다운에 맞춰 관중 모두가 "플레이 볼(Play ball)"을 외친 순간 한국에서 사상 첫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가 막을 올렸다.
2024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이 20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수많은 관중 앞에서 펼쳐졌다.
오타니 쇼헤이를 포함해 무키 베츠,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 프레디 프리먼, 매니 마차도, 타일러 글래스노우, 잰더 보가츠, 다르빗슈 유 등 TV에서만 보던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들이 고척돔의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응원 단장은 양팀의 공격 이닝에 맞춰 "렛츠 고 다저스(Let's go dodgers)", "렛츠 고 파드리스(Let's go padres)" 등 응원 구호를 외치며 관중 호응을 이끌어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 야구만의 흥이 넘치는 응원이 펼쳐졌다.
관중들이 각 선수의 응원가와 응원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는지 KBO 리그 경기만큼 열광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지는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뭔가 다르다"고 느끼기에는 충분해보였다.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낸 선수는 '고척돔의 킹' 김하성과 다저스의 간판 오타니 쇼헤이였다. 김하성은 2회말 샌디에이고의 5번 타자 유격수로 첫 타석에 나섰다. 김하성이 모자를 벗고 두 팔을 높게 들어 1루와 3루 관중석을 향해 번갈아 인사하자 야구 팬들은 따뜻한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베츠, 프리먼, 타티스 주니어 등 메이저리그의 올스타급 선수들이 타석에 설 때에도 엄청난 함성이 터져나왔다.
다저스 선발 글래스노우가 1회말 던진 공이 전광판에 시속 98마일(약 158km)로 찍히자 관중석에서 "우와" 탄성이 터져나왔다. 샌디에이고 우익수 타티스 주니어가 4회초 제이슨 헤이워드의 희생플라이 때 빨랫줄 같은 원바운드 홈 송구를 하자 또 한 번 엄청난 함성이 고척돔에 울려퍼졌다.
김하성의 첫 수비 플레이는 4회초 2사에서 나왔다. 김하성은 개빈 럭스가 짧은 땅볼을 치자 앞으로 달려나와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오타니가 3회초 발사 속력 112마일(약 시속 180km)의 강한 타구로 안타를 때렸을 때 못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하성과 오타니는 이번 서울시리즈의 간판이다. 경기장에는 두 선수의 유니폼을 착용한 관중이 가장 자주 눈에 띄었다.
두 선수는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오타니가 3회초 우전안타를 치고 2루 도루에 성공한 후 2루에서 김하성을 만났다. 오타니는 먼저 김하성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김하성도 반갑다는 제스쳐를 건넸다.
다저스는 '약속의 8회'를 연출했다. 1-2로 뒤진 8회초 공격에서 상대 실책을 등에 업고 3-2로 역전했다. 이후 베츠와 오타니가 연속 적시타를 때리자 고척돔은 마치 키움 히어로즈의 간판 이정후가 결승타를 때렸을 때만큼 뜨거운 분위기로 달궈졌다.
경기는 8회에 승부를 뒤집은 다저스의 5-2 승리로 끝났다.
하나의 야구 경기를 넘어선 한 편의 쇼 같았던 이날 경기장에는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자리했다. 은퇴한 메이저리그의 유명 선수들과 마쓰자카 다이스케, 우에하라 고지 등 일본 레전드들의 모습도 보였다. 관중석에서는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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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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