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84억 데뷔전' 오타니, 멀티히트+쐐기 1타점 폭발!…'수비 존재감' 빛난 김하성 1볼넷, 서울시리즈 LAD 기선제압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비록 안타를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그러나 김하성보다 더 빛났던 선수가 있었다. 역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에서 5-2로 짜릿한 역전승을 손에 넣었다.
▲ 선발 라인업
다저스 : 무키 베츠(유격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맥스 먼시(3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개빈 럭스(2루수),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
샌디에이고 :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3루수)-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타일러 웨이드(3루수)-잭슨 메릴(중견수),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
▲ FA 대박 계약을 향한 여정, 김하성 스타트 좋았다!
물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단 한 번도 중요하지 않은 시즌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조금 의미가 남다르다. 이유는 뮤추얼(상호동의) 옵션을 거부한 뒤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까닭이다. 2022년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에서 황금장갑을 품을 정도로 탄탄한 수비를 갖춘 것은 물론 준수한 공격력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김하성의 인기는 절정에 달해 있다.
김하성은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구단 절반 이상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샌디에이고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공·수·주를 모두 갖춘 선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덕분이다. 미국 현지 복수 언론은 김하성이 FA 자격을 통해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1억 달러(약 1341억원) 이상의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FA를 앞두고 김하성은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왔기에 지난해와 같은 활약만 보여준다면, 더 큰 '잭팟'을 노려볼 수 있다.
시범경기 11경기에서 타율 0.308 OPS 0.925를 기록, 지난 18일 LG 트윈스와 스페셜게임에서 두 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릴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김하성. 이날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일단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만원관중'이 들어찬 고척스카이돔은 들끓었다. 그리고 김하성은 타석에 들어섬과 동시에 모자를 벗어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타석을 시작했다.
김하성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2회말 1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맞붙었다. 김하성은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밀었는데, 이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직선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했다. 김하성은 1-1로 맞선 4회말 무사 1루에서 다시 한번 글래스노우와 맞붙었고,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이후 샌디에이고는 주릭슨 프로파의 번트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손에 넣었고, 루이스 캄푸사노의 병살타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이날 수비에서 김하성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1-1로 맞선 4회초 2사 3루에서 다저스 개빈 럭스가 친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굴렀다. 이때 김하성이 빠른 대쉬를 통해 타구를 건져냈고, 강한 러닝 스로우를 선보이며 주자를 지워냈다. 김하성의 탄탄한 수비에 고척돔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하성이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5회초 무사 1루에서 오타니가 친 타구가 이번에도 유격수 방면으로 향했다. 이때 3루수 타일러 웨이드와 김하성이 동시에 타구를 쫓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김하성은 웨이드의 움직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동물적인 움직임을 통해 2루 베이스를 커버하기 위해 방향을 틀었고, 선행주자를 지워내는 훌륭한 호흡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1사 1, 2루에서는 타자와 겹친 탓에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송구를 받아내기 힘든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아웃카운트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다만 김하성은 이날 끝내 첫 안타를 신고하지는 못했다. 김하성은 6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3루수 땅볼을 기록했고, 9회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다저스의 '마무리' 에반 필립스를 상대로도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 '삼진-삼진-뜬공-뜬공-땅볼' 5타수 무안타, 더 이상의 침묵은 없었다
2023-2024년 겨울 FA 자격을 통해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384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오타니 쇼헤이는 이번 서울시리즈의 주인공이었다. 특히 한국행을 앞두고 결혼 사실을 발표한 것은 물론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아내의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오타니는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오타니의 입국 현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스페셜게임에서 오타니의 모습은 조금 아쉬웠다.
오타니는 지난 17일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아리엘 후라도와 두 번의 맞대결을 가졌는데, 모두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썩 좋지 않았던 상대 전적의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18일 팀 코리아와 맞대결에서는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부모님이 모두 고척돔을 찾아 열띤 응원을 보냈는데, 곽빈과 이의리를 상대로 뜬공, 오원석과 승부에서는 땅볼로 물러나면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침묵은 없었다.
일단 첫 번째 타석에서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맞대결의 경험이 없었던 '선배' 다르빗슈 유와 맞대결. 오타니는 1회초 무사 1루의 첫 번째 타석 2B-1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에 방망이를 내밀었으나, 2루수 땅볼에 그치며 경기를 출발했다. 한국에서 6타수 무안타 이어가던 오타니가 침묵을 깬 것은 두 번째 타석이었다.
오타니는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르빗슈의 5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내밀었고,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첫 안타를 신고했다. 타구속도는 무려 112.3마일(약 180.7km). 이후 오타니는 시즌 첫 번째 도루까지 만들어냈다. 두 번째 타석에서 드디어 첫 안타를 신고한 오타니의 추가 안타는 없었다. 오타니는 세 번째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내야의 탄탄한 수비에서 막혀 3루수 땅볼, 7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추가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기 전 오타니는 다시 한번 폭발했다. 오타니는 4-2로 역전에 성공한 8회초 1사 1, 2루에서 아드리안 모레혼의 초구 98.3마일(약 158.2km)의 빠른 볼을 공략해 좌익수 방면에 안타로 연결시켰고, 이때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시즌 첫 타점까지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오타니는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2024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 어차피 우승은 다저스!? 다저스의 짜릿한 역전승
다저스는 이번 겨울 오타니를 비롯해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팩스턴 등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냈다. 전력만 놓고 본다면 '어차피 우승은 다저스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강력한 로스터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리즈 2연전 또한 다저스가 모두 쓸어담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역시 다저스는 강했다
2회초 무사 2루, 3회초 2사 만루의 대량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다저스. 그러자 샌디에이고가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샌디에이고는 3회말 선두타자 테일러 웨이드가 볼넷으로 출루,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폭투 등으로 만들어진 1사 3루 찬스에서 잰더 보가츠가 적시타를 쳐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다저스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4회초 선두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3루수 방면에 땅볼을 쳤다. 이때 샌디에이고 3루수 타일러 웨이드가 볼을 더듬은데 이어 송구 실책까지 범하게 됐고, 다저스는 행운의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이후 제임스 아웃맨의 진루타로 만들어진 1사 3루에서 다저스는 제이슨 헤이워드가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균형을 맞췄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매니 마차도-김하성의 연속 볼넷과 주릭슨 프로파의 안타 등으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 찬스에서 루이스 캄푸사노의 병살타로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다저스는 4회 이후 단 한 점도 추가하지 못하면서 답답한 경기력을 이어갔는데, '뒷심'으로 경기를 단번에 뒤집었다. 다저스는 8회초 선두타자 먼시가 볼넷으로 물꼬를 틀더니,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안타, 아웃맨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찬스를 손에 넣었다. 여기서 대타 키케 에르난데스가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고, 후속타자 럭스의 땅볼 타구에 샌디에이고 1루수 크로넨워스가 실책을 저지르면서 다저스가 주도권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기세를 탄 다저스는 승기를 잡음과 동시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이어지는 1사 1, 2루 찬스에서 베츠가 달아나는 적시타, 오타니가 승기에 쐐기를 박는 점수를 뽑아내면서 8회에만 4점을 수확, 5-2로 달아났다. 그리고 다저스는 이 점수차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켜내며 서울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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