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 개막전 보겠나” 인산인해… 박찬호, ‘반반유니폼’ 시구

남정훈 2024. 3. 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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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서울시리즈 개막전’ 스케치
경기 5시간 전부터 고척돔 북적
오타니·김하성 유니폼 착용 많아
두 팀 모두와 인연 깊은 박찬호
양팀 응원 의미 ‘파드저스’ 새겨
오타니·다르빗슈 첫 맞대결 주목
땅볼 이후 두 번째 타석서 안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개막전 ‘MLB 서울시리즈’ 2연전의 첫 경기가 펼쳐진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경기 시작은 오후 7시5분이었지만,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팬이 몰려들며 오후 2시쯤부터 고척스카이돔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제는 다저스의 간판스타가 된 오타니 쇼헤이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가장 많았고, 샌디에이고 김하성의 유니폼이 그다음으로 많았다. 다저스의 최우수선수(MVP) 트리오 일원인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의 유니폼을 입은 이들도 왕왕 볼 수 있었다. KBO리그 응원팀의 저지를 입고 온 야구팬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왔다는 송모(39)씨는 “살면서 언제 또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보겠나 싶어 치열한 예매 전쟁을 뚫었다. 내일도 보러올 것”이라면서 “양 팀에 슈퍼스타들이 많은 만큼 멋진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개막전 샌디에이고와 경기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안타를 날리고 있다. 공동취재단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서울시리즈를 충분히 즐기는 표정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미국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만, 우리 선수들이 준비를 잘했다”며 “한국에서 여러 곳을 다니며 좋은 경험을 했다. 지금은 승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과거 다저스에서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은 류현진과 더그아웃에서 만났다. 샌디에이고 더그아웃을 방문해 김하성, 박찬호를 만난 뒤 다저스 더그아웃으로 건너간 류현진이 로버츠 감독을 기다렸고,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발견하자마자 “마이 보이”라고 외치며 포옹했다. 류현진은 대전의 명물인 ‘성심당’의 튀김소보루빵을 선물했고, 로버츠 감독은 받자마자 포장을 뜯고 개봉해 밝은 표정으로 ‘먹방’을 펼치기도 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게 “얼른 가서 몸 안 풀고 뭐 하느냐”, “타격도 준비하라”고 애정 어린 농담을 던진 뒤 경기를 준비하는 다저스 선수를 보기 위해 더그아웃을 떠났다.
박찬호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MLB 경기의 시구의 주인공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였다. 1994년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박찬호는 30년 세월을 건너 이번에는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빅리그 정규리그의 시구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메이저리거 말년에는 샌디에이고에서 뛰기도 했던 박찬호는 현재 샌디에이고의 특별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시구를 앞두고 박찬호는 “시구 하나인데 한 경기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했다”면서 “누가 이기는지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장 차림으로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반반 섞인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파드리스’(PADRES)와 ‘다저스’(dodgers)를 절반씩 적용한 ‘파드저스’(PADgers)가 새겨져 있었다. 등에는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61번을 그대로 달았다. 공을 받아주는 시포자는 샌디에이고 후배 김하성이었다. 박찬호는 선수 때를 연상시키는 멋진 폼으로 김하성에게 공을 던졌다. 이후 마운드에서 내려와 로버츠 감독과 포옹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로버츠 감독과 박찬호는 샌디에이고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첫 타석에서 타격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이어 시작된 경기에서 관심은 오타니와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의 첫 맞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인 두 선수는 아직 한 번도 투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1회 다르빗슈가 다소 긴장한 듯 피치 클록에 걸려 선두타자 베츠를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루에서 오타니를 상대했다. 2B-1S에서 다르빗슈의 바깥쪽 스플리터를 툭 건드렸고, 이는 유격수 김하성 앞으로 굴러갔다. 김하성은 2루로 향하던 선행 주자 베츠를 잡아냈고, 샌디에이고 2루수 잰더 보가츠는 오타니를 잡아내기 위해 1루로 공을 뿌렸지만, 오타니는 전력 질주해 1루에서는 세이프되며 병살은 모면했다.

첫 맞대결에선 땅볼로 물러났지만, 오타니는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서는 2B-2S에서 싱커가 바깥쪽 높은 곳에 들어오는 것을 잡아당겨 다저스 이적 후 첫 안타이자 다르빗슈를 상대로 첫 안타를 때려냈다. 이후 프리먼 타석 때 초구에 2루로 뛰어 도루도 성공시켰다. 오타니의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는 관중석에서 오타니의 안타와 도루를 지켜보며 환호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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