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유도 명목 기업 인센티브, 특권층만 감세 혜택 ‘역진적 정책’

윤지원·김경민 기자 2024. 3. 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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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배당소득세·법인세까지 손대
상장기업 배당 여력은 제각각…전문가 ‘세수 부족’ 부작용 경고

정부가 기업의 주주환원을 유도하기 위해 꺼내든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배당을 늘리는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고 배당받는 주주가 내야 하는 소득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소수 특권층에게만 감세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적 조세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가 부양을 위해 주식양도소득세, 금융투자소득세에 이어 배당소득세, 법인세까지 손대기로 하면서 세수 부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가 지난 19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내놓은 감세 방향은 두 축으로 구성된다. 기업이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증가액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과 배당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안이다.

현재 2000만원이 넘는 배당소득에 최고 49.5% 세율(지방세 포함)을 부과하는 배당소득세의 경우 소득공제·세액공제·분리과세 등을 동원해 실질 세부담을 낮추는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성 자산 여력을 볼 때 감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매출 500대 상장기업의 총 잉여현금흐름(FCF) 누적액은 -2조5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자본 지출이 더 크다는 의미로, 상장기업 전반적으로는 현금 흐름이 줄어 배당 여력이 낮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감세가 불러올 부작용을 경고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배당소득세 감세와 거의 흡사한 박근혜 정부의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부자감세, 외국인 투자자 국부유출 논란과 함께 도입 3년 만에 일몰됐다.

당시 정부는 고배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춰주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2000만원 초과)는 25% 세율의 분리과세를 허용했다. 도입 후 배당금 규모가 늘었지만 이는 세금보다 당기순이익이 전반적으로 증가된 데 따른 것이었다.

반대로 감세의 실질적 수혜자는 지분율이 높은 고소득층, 기업 지배주주로 사실상 부자감세 효과가 나타났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정책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수 손실만 수반했다”고 평가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다시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외국인이 팔고 나가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헤지를 써서 위험을 방어하는 기관투자가나 외국인과 달리 개인 투자자는 방어 수단이 없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극소수 특권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적 정책이란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 특혜를 받는 대상은 매년 2000만원이 넘는 배당 수익을 낸 주주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이 2%라고 가정할 때 1년에 1000만원의 배당수익을 낸다고 하면 주식에 5억원을 투자했어야 한다”며 “가계의 부동산 자산 쏠림 현상이 큰 국내 기준상, 극소수 상위계층이 감세 수혜층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보유주식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크게 완화한 상태다. 배당소득세까지 더해지면 추가적 과세 혜택이 소수 계층에 지나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배당을 늘리기 위해 소득세 자체를 낮추더라도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한다”며 “세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국내 대표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가뜩이나 법인세 세수가 줄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세수 감소분(56조4000억원)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한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지난해 전자,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보면 올해 걷힐 법인세 세수도 상당히 비관적”이라며 “세입 기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듭된 감세 정책은 향후 감당하지 못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김경민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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