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보석 호소에...재판부, 이재명 겨냥 “선거 급하면 재판 안 나올 거냐”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석 청구에 대해 재판부가 “(보석으로 풀어주면) 선거 운동한다고 사건 관계자 만나고 법정에도 안 나올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송 전 대표는 구속 수감 도중 소나무당을 창당하고 광주 서구갑에 출마를 선언했으며,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요청 중이다.
20일 송 전 대표의 1심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재판을 마치면서 송 전 대표의 보석 여부에 대해 “고민되는 게 몇 가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우선 “사건이 방대해 (송 전 대표의) 구속 기간 6개월 내에 종료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검찰 측 주요 증인 신문을 2주에 세 차례씩 진행해도 5월 초에 끝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구속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송 전 대표를 보석으로 풀어줄 경우 “증거 인멸의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큰 이유가 증거 인멸 가능성”이라며 “송 전 대표가 선거 운동을 한다면 조직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조직엔 이전부터 송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올텐데 그중엔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도 섞여 있을 것이다. 이들을 구분해서 접촉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법원은 구속 수감 중인 피고인을 보석으로 석방할 경우 사건 관련자와의 접촉을 제한하는 등의 보석 조건을 부여하는데, 실질적으로 이러한 조건 이행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만약 보석 청구를 인용한다면 어떤 조건을 부여할 것인지 고민하는 중인데, 증거인멸 염려를 고려하면 조건들이 모순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배임 및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재판에 불출석한 것을 의식한 듯한 말도 했다. 재판부는 “최근 다른 재판부에서 (피고인이) 안 나와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급하면 (재판에) 안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에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참석, 지난19일은 강원지역 지원 유세 등을 이유로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재판에 불출석한 바 있다. 지난 19일 재판에선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씨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유씨는 “이 대표가 불출석해 증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송 전 대표 측은 첫 정식 재판이 열리기 전인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보석 신청을 냈다. 이후 송 전 대표는 법정에서 직접 발언권을 얻어 “조국 전 법무장관도 2심까지 유죄이나 법정구속되지 않아 창당 등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지만 구속되지 않았다”며 “저를 방어할 수 있도록 불구속 재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송 전 대표 측은 이날 재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시민 4000여명이 연명한 ‘송영길 보석에 대한 처벌감수 확약서’와 보석을 허가해달라는 취지의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확약서엔 함세웅 신부, 김상근 전 KBS 이사장 등도 서명했다고 한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 전 회계담당자 A씨의 증언에 대해 “어떻게 신빙성을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이날 법정에서 이정근(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씨와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의 통화 녹취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 녹취서엔 이정근씨가 A씨에 대해 “송 전 대표를 위해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한다”라고 언급하며 “돈 관리는 A씨가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A씨는 이 녹취서에 대해 “이씨는 나를 식모 취급했다”며 “이씨와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에 저런 통화를 할 이유가 없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씨와 A씨 중 한명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이씨가 지어내서 강씨에게 말했다기에는 너무 디테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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