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국립대 7곳 200명... 서울대 1.5배 ‘매머드 지방의대’ 생긴다

안준용 기자 2024. 3. 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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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0일 오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20일 발표한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서 올해 늘어나는 정원 2000명을 지방 국립대와 정원 50명 미만 ‘미니 의대’에 집중 배정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 집중 배정, 소규모 의대 교육 역량 강화, 지역·필수 의료 지원과 각 대학 수요·교육 역량 등 ‘3대 핵심 배정 기준’을 적용했다”고 했다. 수도권·비수도권, 서울·경인 간 의료 불균형을 우선 고려했다는 것이다.

40개 의대 전체 정원은 3058명에서 5058명이 된다. 비수도권 27교 의대 정원이 현재 2023명(66.2%)에서 3662명(72.4%)으로 1639명 늘어난다. 비수도권 비중이 70% 선을 넘게 된 것이다. 지방 국립의대와 국립대 병원을 ‘지역 의료 거점’으로 키워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비수도권 국립대 의대 9곳 중 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북대·전남대·충북대·충남대 등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난다. 정원 49명인 충북대는 규모가 4배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강원대·제주대는 각각 132명, 100명으로 늘어난다. 200명은 현재 수도권에서 가장 큰 서울대(135명)의 약 1.5배 규모다. 정원 150명이 된 사립대(원광대·조선대·순천향대)까지 더하면 총 10개 지방 의대가 서울대보다 규모가 커진다. 동국대(경주)·울산대·단국대(천안)·가톨릭관동대·동아대 등 정원 40~50명인 지역 미니 의대도 정원 80~120명으로 규모를 2~3배 키운다.

그래픽=양인성

수도권에서는 인천·경기 지역 5개 대학만 정원이 늘어난다. 총 209명이던 경인권 의대 정원이 570명으로 2.7배가 됐다. 가천대는 130명, 성균관대·아주대·인하대는 120명, 차의과대는 80명으로 늘어난다.

반면 서울대·연세대 등 서울 8개 대학은 365명 증원을 신청했지만, 정원을 한 명도 늘리지 않았다. 앞서 서울대는 15명 증원과 함께 ‘의과학과’ 신설을 위한 정원 50명도 별도로 신청했다. 연세대·고려대 등도 10명 안팎 증원을 신청했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61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근접한 데 반해 경기(1.80명), 인천(1.89명)은 전국 평균(2.23명)에도 못 미친다”며 “서울은 대형 상급 종합병원이 있는 현실 등도 고려했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인구 1만명당 의대 정원도 서울은 약 0.9명인데, 경기는 약 0.1명, 인천은 0.3명이다.

정부가 2000명 증원 명분으로 ‘지역 의료 강화’를 내세우는 만큼 서울 지역 대학 정원을 늘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 정원(8교 826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서 16.3%로 10.7%포인트 쪼그라들었다.

전국에서 50명 미만 ‘미니 의대’는 아예 사라지게 됐다. 100명 미만은 이화여대(76명), 중앙대(86명), 가톨릭대(93명), 차의과대(80명), 대구가톨릭대(80명) 등 5곳이다. 정부는 이날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 지역 의대 신설도 언급했다. 한덕수 총리는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신속히 검토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정부가 이날 ‘2000명 증원’을 사실상 못 박았지만, 정원이 대폭 늘어난 비수도권 국립대와 인프라가 열악한 일부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의료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의료계는 “임상 실습 등이 중요한 의대 교육 특성상 한꺼번에 2000명을 더 뽑으면 정상적 교육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의대에서 8개 기초 의학 과목을 가르치는 교원은 2018년 1424명에서 2022년 1277명으로 147명 줄었다. 카데바(해부용 시신)가 부족해 해부학 실습에 차질을 빚는 의대도 있다.

수련 병원도 문제다. 병원 규모가 큰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성균관의대(삼성서울병원) 등은 사정이 낫지만, 지방 국립대나 다른 미니 의대는 수련 환경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역 의대를 졸업하고도 지역 병원에서 수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4~2023년 지방 의대 졸업생 1만9408명 중 46.7%(9067명)는 수도권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한 총리는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해도 의대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며 “미국 의대는 한 학년이 평균 146명,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인 반면 우리는 77명에 불과하다. 2000명 증원해도 127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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