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황상무·이종섭 문제 다 해결됐다"…정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 오늘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당정 갈등설까지 나왔던 이른바 용산발(發) 악재가 끝났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종섭 주호주대사는 일시 귀국 예정일 뿐 대사 직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이에 대해 여당 내에서는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게다가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한동훈 지도부 대 '윤핵관' 그룹 간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어 여권 내홍은 아직 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20일 경기 안양 중앙시장을 방문해 "우리는 민심에 순응하는 정당"이라며 "오늘 다 해결됐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반드시 그분들(이종섭·황상무)이 뭘 잘못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다. 선거를 앞에 두고 국민 여러분의 민심에 귀 기울이고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민심에 순응하려는 정치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며 "저희가 많은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오로지 국민 눈높이와 국민의 마음, 민심만을 따르기로 했다. 이런 정치는 많지 않았다. 저희는 그 길로 가려한다. 이런 결정하는 우리를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피의자인 이 대사에 대해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문화방송(MBC) 기자에게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지난 16일 이 대사에 대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고 밝히고, '대통령실 내부에서 황 수석 자진사퇴론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는 보도를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하며 이견을 드러냈다.
당정 갈등 국면에서 일단 우세를 점한 것은 한 위원장으로 보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황 전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고, 이 대사는 외교안보 관련 회의 일정으로 자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사에 대한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한 위원장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대사 문제의 불씨는 살아있다. 그의 귀국이 해임이나 자진사퇴에 따른 것이 아닌 외교안보 관련 회의 참석을 위한 것인 데다,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채상병 사건' 수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야당은 "이종섭이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자진 귀국으로 포장하려는 모양인데 어불성설"이라며 "대사직을 유지한 채 귀국해서 공수처 수사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는 대통령의 오기와 독선으로 읽힐 뿐"(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라고 공세를 폈다.
'윤핵관' 이철규 "비례대표 공천 투명하지 않아…한 사람이 다 결정하면 이재명 민주당"
다른 한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둘러싼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도 극에 달한 상태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은 그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특정인 한 사람이 (공천을) 다 결정하고 (나머지는) 다 따라가는 건 정치라 볼 수 없다. 그건 이재명의 민주당과 같다"고 한 위원장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우리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처럼 제왕적 당 대표가 하는 당인가, 아니다"라며 "당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고, 이걸(잘못을) 바로잡자고 하는 말을 갈등이라 해서 '입 닫아라' 이렇게 하면 잘못을 그냥 안고 가는 것"이라고 재차 한 위원장을 이 대표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날 일부 언론에서는 국민의미래 공천자 명단을 두고 한 위원장과 이 의원이 서로 당직 사퇴 혹은 탈당까지 시사하는 등 강하게 충돌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잇따랐다. 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 등 친윤 인사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김예지·한지아 비대위원 등 친한(韓)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당선권에 배정받자 친윤계 핵심인 이 의원이 반발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주 전 위원장, 보수 논객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등 특정 인물들의 공천을 요구했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자 명단 수정을 요구하며 반발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의원은 추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저는 우리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사천 요구' 논란을 일축하고는 오히려 "(의견 개진이 월권이면) 한 위원장도 장동혁 사무총장도 모두가 다 월권이고 잘못"이라고 역공했다.
이 의원은 "누가 봐도 공천받을 거라 생각했던 이들이 원천 배제된 경우도 있었다", "비례대표를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고심해서 결정한 후에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지도부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는 등 이번 공천 결과가 '한동훈 지도부'의 독단적 결정이라는 점도 수차례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본인과 한 위원장 간에 '고성이 오가는 다툼이 벌어졌다'는 보도를 가리켜 "왜곡된 논란 보도"라 칭하며 "어떤 분에게도 우리와 관련된 기사를 부탁하거나 한 적이 없다. 그 (보도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기자들이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황 상 한 위원장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그는 '배후가 한 위원장이라는 것인가' 묻는 말에는 "답변하기 곤란하다"고만 했다. 다만 이 의원은 '비례대표 순번 재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당직 사퇴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바꾸고 안 바꾸고는 관계없다. 더 이상 어떤 요구도 안 하지 않나, (아쉬운 점을) 재조정하고 재검토를 해 달라, 그게 끝이다"라며 퇴로를 열어두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의 공개 반발에 대해 공관위원이자 한 위원장 측근이기도 한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에 밝힌 입장에서 "사무총장인 저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 일일이 반박 입장을 내지 않겠다"면서도 "공천 과정에는 외부 인사를 포함한 공관위원, 사무처 당직자들이 함께 참여했고, 국민들께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셨다"며 "공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당내 잡음으로 인해 공천 결과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 당원들은 물론 당에 지지를 보내주시는 국민들께서 전혀 바라는 일이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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