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상가·PJ호텔…종묘 앞 ‘빌딩숲’ 첫 삽

고희진 기자 2024. 3. 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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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후 도심 ‘녹지 축’으로…세운지구 개발 사전작업
2027년까지 공원화, 지하엔 1500석 규모 공연장 조성
문화재·경관 훼손 우려에 제조업 이주 대안 등 숙제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후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을지로 일대 세운지구를 고밀 개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시작된다. 첫 대상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2가역과 을지로4가역 사이 삼풍상가와 PJ호텔이다. 1만1000㎡에 달하는 해당 부지는 대규모 도심 공원으로 조성된다. 지하에는 1500석 규모의 공연장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제1차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계획안으로 삼풍상가와 PJ호텔(옛 풍전상가)은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지정돼 지구의 중심을 관통하는 녹지축으로 조성된다. 약 1만1000㎡ 면적의 공원이 생기는 것이다. 지하에는 15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공연장을 짓는다.

인현상가를 비롯한 나머지 상가들은 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상가 건물이 이전할 토지를 해당 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후 서울시가 해당 부지와 상가를 추후 통합 개발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늦어도 2026~2027년까지 철거 후 공원화를 목표로 삼풍상가와 PJ호텔 토지 소유주 등과 협의 중”이라며 “일정이 지연되면 시에서 토지를 수용해 (공원화)사업을 할 수도 있으나, 통합 개발의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두 상가에 대한 시설사업 추진을 위해 타당성 조사 등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종로구 종로3가동 174-4번지 일대에 대해 서울시는 2009년 세운상가군 통합개발을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고 박원순 시장이 도시재생과 보존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정비사업 추진이 멈춘 상태였다. 이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다시 철거 후 개발 방식으로 바꿔 계획을 추진했다.

세운상가부터 청계상가·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상가·진양상가까지 상가축 전체를 단계적으로 허물고 녹지를 조성한 뒤 양옆에 주거와 업무시설을 고층으로 지겠다는 것이다. 세운지구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상가군과 통합 개발하는 정비구역은 용도지역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필요하면 공공에서 정비계획을 세우는 식의 지원도 할 계획이다.

종묘 앞 세운상가부터 퇴계로까지 43만㎡의 세운지구 정비가 완료되면 약 13만6000㎡의 녹지를 확보할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녹지 조성을 위한 상가 철거가 본격화되면 박 전 시장 시절 조성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운상가와 함께 청계천 위쪽에는 세운·청계·대림상가를 잇는 350m 길이의 보행로가 연결돼 있다. 이번 재정비계획에 보행로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원화를 위해 삼풍상가~PJ호텔 구간은 철거될 듯하다”며 “올해 이용 실태 조사와 주변 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을지로 일대 낙후된 도심의 고밀 개발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세운지구가 인접한 종묘는 조선시대 주요 건축 유적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문화재와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을지로 일대 밀집된 전기와 전자, 금속과 인쇄 등 소규모 제조업의 지속 가능성과 대안 공간 마련 문제도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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