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에 갈 곳 잃은 성폭력 피해자들
병원 협조 못 받아 지원 제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 해바라기센터 중 일부가 최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인해 병원의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가 담당해오던 센터 내 의료 지원에 제한이 생기면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체계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향신문이 20일 전국 해바라기센터 39곳의 의료지원 현황을 확인한 결과 대학병원과 연계해 운영 중인 일부 해바라기센터에서 응급키트 증거 채취 시간이 제한되고 있었다. 응급키트는 성폭력 가해자의 타액·얼룩을 채취해 유전자 등을 신속히 감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다. 경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법적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해바라기센터는 여성가족부·지방자치단체·경찰청·병원 등이 협업해 피해자가 상담을 받고, 심리·의학적 치료를 한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센터’다.
2022년 기준 센터 이용 성폭력 피해자는 1만7000여명이고, 이 중 40%(6960명)는 아동·청소년이다.
앞서 서울대병원과 연계해 운영되는 서울해바라기센터는 “2월20일부터 발생한 의료계 상황(전공의 사직 등)으로 인해 긴급 의료지원사항이 제한됨을 안내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현재 이 공지문은 삭제됐지만 긴급 의료지원 제한은 게속되고 있다. 서울동부해바라기센터도 지난 5일 응급키트 증거 채취와 관련해 “전공의 파업으로 평일 오전만 가능하고, 야간에는 당직의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는 공문을 서울시, 여가부 등에 보냈다.
전공의에게 증거 채취를 맡겨온 체계가 이번 집단 사직으로 인해 구조적 약점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 채취를 못하는 경우는 없다”면서도 “이전과 달리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증거 채취가 가능한 곳을 찾아다녀야 해 불편함을 겪는 일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현경 여가부 성폭력방지과장은 “서울 포함 일부 지역 해바라기센터에서 응급키트 조치에 제약이 있으나 인근 성폭력 전담 의료 기관 연계 등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성착취 피해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인 아동청소년지원센터 띠앗 관계자는 “원스톱으로 지원되는 해바라기센터가 연계한 적이 없던 다른 병원을 연결할 경우 의사의 인식,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협조가 잘 안될 수 있다”고 했다.
강한들·전현진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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