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노조로 인정해야’ ILO 지적에도…검찰 “노조 아니다”

유선희 기자 2024. 3. 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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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파업 재판서 ‘화물기사는 노동자 아닌 사업자’ 의견
노동계 “공정거래법상 부당 행위 처벌 목적…현실 외면”

검찰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라는 해석을 담은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의 파업이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지위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상반된다. 노동계는 검찰이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의 노동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공정거래법으로만 법을 해석해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검찰청 노동수사지원과는 2022년 화물연대 파업 사건을 조사하면서 ‘공정위 고발 관련 화물연대 법적 성격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지난 7일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방해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화물연대에 대한 세 번째 재판에서 이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대검은 이 문건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은 대부분 개인차주로서 지입 형태로 운송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물류를 운송하는 사람”이라며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운송료를 받으면서 경제적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기사는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범위도 좁게 해석했다. 대검은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 등 일부 화물차주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화물연대 조합원이 소상공인 자격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 당시 정부지원금을 받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가 부당한 행위로 형사처벌된 사례를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개인의사, 전공의 등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의사협회를 사용자단체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이런 검찰의 입장은 지난 13일 ILO가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한국 정부가 내린 두 차례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 침해와 노동조합인 화물연대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노동계에서는 “검찰이 화물기사들이 사업자등록을 했다는 사실만 놓고 법 적용을 해 실질적인 노동환경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화물기사 대부분이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등록을 하고 본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 일을 하지만 실제로는 운송사 등에 고용돼 업체의 지시·감독을 받는 식의 전속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측은 지난 7일 재판에서 “노동3권이 보장돼야 하는 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가 될 수 없기에 공정거래법 자체가 적용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의사와 화물기사는 성격이 다른데 이를 법적인 ‘사업자’로만 보고 동등하게 판단해 의약분업 사태와 비교하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화물연대 측은 의견서에서 “대한의사협회 사안은 노동조합 조직이라고 주장하는 화물연대 사안에서 적용될 수 없기에 검찰이 제시한 판결이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라는 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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