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있기에…“심판” “지지”[핫플 지역구]
여 권영세·야 강태웅 재대결
동네별로 다른 민심 풍향
청파동 “독재 용납 안 된다”
원효로1동 “국정 힘 실어야”
이태원1동 “다 마음에 안 차”
수도권 민심이 심상찮다. 미세한 여론 변화가 당락을 결정지을 판이다. 눈여겨볼 곳은 서울 용산이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49개 선거구 중 가장 적은 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됐다. 당시 권영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890표 차이(0.66%)로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대통령실 이전 후 ‘신정치 1번지’로 부상했지만,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채 아물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권 후보와 강 후보가 다시 맞붙는다. 권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 서울 영등포을·용산에서 4선 의원을 지냈고, 통일부 장관도 했다. 강 후보는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을 지냈다. 용산구민들은 두 후보를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19일 들어봤다.
용산은 미군기지가 있던 곳이 장벽이 돼 생활권이 동서남북으로 나뉜다. 북쪽에 해당하는 청파동은 상대적으로 진보세가 강하지만 매번 투표율은 하위권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지하 봉제공장에서 원단을 송곳에 꿰고 있던 김재영씨(65)는 이번 총선이 정권에 대한 심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 탄압이 치가 떨릴 정도로 심각하다”며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테러 발언) 사건을 보라. 완전 독재”라고 말했다. ‘명품백 수수’ 논란이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얼버무리고 넘어가는데 어느 국민이 용납을 하겠나”라고 했다.
프리랜서 김다현씨(34)는 “최근 (이종섭) 호주대사와 관련한 대통령실 대응을 보고 국민을 대체 뭘로 아는 걸까 생각했다”며 “김 여사 같은 경우도 대응을 안 하면 잊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국민을 개돼지라고 생각하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용산 서부권인 원효로1동은 스윙보터 지역이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 강 후보가, 대선에선 윤 대통령이 더 많이 득표했다.
원효로1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동숙씨(68)는 이번에도 국민의힘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박씨는 “용산이 서울의 중심인데 국정을 도와줄 수 있는 여당 후보가 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하는 ‘종북세력 척결’ 주장에도 공감을 표했다. “지금 총선은 반대한민국 대 친대한민국”이라고 주장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씨(82)는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뽑을까 고민 중이다. 대통령실 이전은 5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해온 임씨가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데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에게 달라진 점이 있냐고 묻자 “주말에 시위를 하니까 동네가 너무 복잡해졌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이태원1동은 지난 총선·대선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각각 14.94%포인트, 22.48%포인트 앞설 정도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 주민들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다.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상권이 침체됐는데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50대 자영업자 신모씨는 투표마다 보수정당 후보를 뽑았지만 이번엔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공무원들이 이태원 참사가 터지고 나서 밀집지역을 단속한다고 하는데 자영업자들한테는 피해가 크다”며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이태원1동에 세를 놓고 사는 이모씨(73)는 “이태원 사고(참사)로 장사가 안 돼서 사람들이 엄청 힘들어한다”며 “사람 많이 오게 해주는 쪽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권 후보 캠프 관계자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글로벌 랜드마크화, 조속한 철도 지하화를 공약하면서 “용산 초선이라는 초심을 끝까지 간직하며 용산의 숙원사업들을 끝까지 확실히 해결하는 데 모든 경험과 역량을 쏟겠다”고 했다. 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신정치 1번지가 된 용산은 윤석열 정권 심판 1번지가 될 것”이라며 “반드시 승리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이태원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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