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천서 "200석" 외친 민주당…'돈봉투·인물 약세' 우려도
대체로 민주당세 강해…'상권 침체'·'대중 관계 악화' 지적
"'돈봉투' 사건도 문제"…후보 개개인에 냉정한 평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인천 일대 전통시장을 찾아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인천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13곳 중 2곳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이겼을 정도로 강세를 보이지만 CBS노컷뉴스가 만나본 시민들은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면서 후보자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예고했다.
이재명, 인천 후보들과 시장 유세…정부 경제 실정 부각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 미추홀구 토지금고시장과 신기시장, 서구 정서진중앙시장과 부평구 부개종합시장, 삼산동 상가 등을 연이어 방문하며 "국민의힘이 원내 제1당을 차지하거나 과반 의석을 점하면 행정 권력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제도와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 나라를 절단낼 것"이라고 소리쳤다.
이 대표는 시장에서 정부의 경제 실정 및 물가 폭등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는 토지금고시장에서 대파 한 단을 들어 보이면서 "5천 원이라고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대파 판매대 앞에서 "그래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한 발언을 저격했다. 이 대표는 이어 "서민들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면 돈이 돌고 경제가 산다"면서 "이걸 소비 승수효과라고 한다. 이 무식한 양반들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민주당 우세 지역임을 의식한 듯 "170석이니 180석이니 이런 소리 절대하면 안 된다"면서 "경계심을 갖고 엄중하게 이 상황을 이겨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현장 기자회견에 함께 한 김교흥(서갑) 후보는 "인천 민심이 대한민국의 천심이다. 인천의 14석이 당선되면 우리가 200석을 당선시킬 수 있다"라고 했고, 정일영(연수을) 후보도 "200석 이상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되도록 힘차게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실제 인천은 통상 경기 지역과 함께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앞서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2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해 15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는 ±3.1%p 신뢰 수준 95%, 응답률 14.7%), 인천·경기에서 민주당 38%, 국민의힘 32%로 나타났다. 다만 동미추홀을, 연수갑 등은 접전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이번에 분구된 서구에 대해서도 "이 지역이 좀 어렵다는데 후보들을 잘 부탁한다"며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대체로 민주당세 강해…'상권 침체'·'대중 관계 악화' 지적
이날 취재진이 미추홀구 유세 일정 중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다. 이들은 경제가 어렵고 지역 상권이 침체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회사원 A(52)씨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있는 동미추홀을을 빼곤 인천은 대부분 민주당이 강세"라며 "서민층이 많다 보니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모(53)·홍모(53)씨는 "인천항 연안부두를 통한 중국 수출·입이 많은데 대중 관계가 안 좋아서 피해가 크다"며 "배들이 안 들어오니 항만노조가 떠나고, 자연스럽게 사람이 없어 식당과 상권이 죽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이 지난번엔 남영희 후보를 간신히 이겼는데, 너무 오래해서 한 번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종식 후보(동미추홀갑)가 기소된 사건인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은 지지층 사이에선 "이미 지나간 이슈"로 평가받았다. 인천에서 20여 년 거주한 B(57)씨는 "검찰은 뭐가 나오지도 않는데 선거 끝나고 수사하지 왜 국회의원 선거 하니까 돈봉투니, 뭐니 하느냐"라며 "이재명 대표도 바쁜데 자꾸 수사받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된 무소속 이성만 의원은 이날 부평갑 노종면 후보와 단일화하며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돈봉투' 사건도 문제"…후보 개개인에 냉정한 평가도
그러나 후보자 개인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지역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지적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동미추홀갑 유권자인 송동섭(42)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면서 "경제 부분 등 이전 정권에 대한 실망이 커서 (국민의힘으로) 넘어왔다"며 "'돈봉투' 사건도 아직 증거가 안 나왔더라도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거리에 걸린 국민의힘 측 플래카드엔 '돈봉투' 사건을 문제시 하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인천 토박이 이규동(51)씨는 "지금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인성이나 입법 활동, 당의 공약 실천율 등을 본다"며 "'돈봉투' 수사에서 충분히 뭐가 더 나올 수 있는데 솔직해져야 한다. 국민들은 인정할 걸 인정하고 잘못한 건 고치겠다고 하는 모습을 더 중요시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과 대통령이 워낙 못해서 반작용으로 바꿔보려는 거지 민주당이 잘해서 표를 주려는 게 아니다"라며 "구청장도 여론 따라서 국민의힘, 민주당 확확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동미추홀을은 4년 전 총선에서 당시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민주당 남영희 후보를 171표 차로 이겼던 '초접전지'였던 만큼 인물평도 이어졌다. 인천에서 40년을 산 C(73)씨는 "윤 의원이 지역에서 열심히 하다 보니 표심이 많이 기울어있다"며 "남 후보의 플래카드는 '나라 같지 않은 나라'라고 쓰여 있는데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또 다른 시민은 "남 후보가 약하니까 계속 떨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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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w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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