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당정 운명공동체"… 호남 조배숙 비례 13번 배치로 타협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4. 3. 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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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선거 위기감에 한발씩 양보하며 진화 총력
'찐윤' 이철규 재배정 총대
기자회견 열고 지도부 압박
한동훈 갈등 조기봉합 선택
후보등록 막판에 순서 바꿔
이달희·임보라 전진배치
尹心 주기환·민영삼은 불발
비대위원 2명은 자리 지켜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대표 공천 등으로 '2차 충돌'을 일으킨 당정이 20일 서로 한 발씩 물러나며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막말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동시에 채 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도 21일 조기 귀국한다. 이에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용산의 불만이 제기된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을 이날 늦은 밤 부분 조정해 발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 안양 선거 유세에 나선 자리에서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 겸 공천관리위원인 이철규 의원이 이날 돌연 한 위원장 등을 저격하는 기자회견에 나서며 '돌출 변수'로 부상했다. 당정이 "더 이상의 확전은 안 된다"는 공감대를 이룬 상황에서 터져나온 파문에 여당 내부에선 '이철규의 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실이 서둘러 수습에 나선 건 총선 격전지인 서울 한강벨트, 경기 남부 등에서 민심이 매우 부정적이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둘러싼 '1차 충돌' 때와 다르게 이번엔 당내 상당수 의원이 용산의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 발언에 나서며 부담을 가중시켰다. 조국혁신당 돌풍도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껄끄럽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이 의원의 행보는 그가 평소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본인과 대통령실이 추천하는 인재가 비례 당선권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 위원장에게 항의하다가 설전을 벌였다는 전날 일부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비례대표 선정에 참여하거나 사적 인연을 가지고 요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고집을 부려서 (한 위원장과) 갈등을 유발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한 위원장과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공천 과정 속에서 자신은 배제됐고, 공천자에 대한 이의 제기도 묵살당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 당일까지도 국민의미래 비례 공천자가 발표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 위원장, 장 사무총장,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 등에게 전화를 돌렸으나 한 분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왜곡한 언론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며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잘 아시리라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후가 한 위원장을 뜻하는 거냐'는 기자 질문엔 "보도하시는 분들이 아실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이 제왕적 정당 대표를 보유한 당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장 사무총장은 이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총선을 20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일일이 반박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밤 국민의미래 공관위는 비례대표 순번을 상당수 수정해 다시 발표했다. '호남 정치인이 배제됐다'는 이 의원 비판을 수용해 13번에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이 배치됐고, 13번에 있던 강세원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은 21번으로 밀렸다. 원래 21번이던 정혜림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맞지 않는 이력의 소유자라는 지적이 있어 25번으로 조정됐다.

골프 접대 의혹과 관련한 징계로 공천이 취소된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이 있던 17번에는 원래 23번에 있던 이달희 전 경북 경제부지사가 들어왔다. 기존에 29번이던 임보라 전 국민의힘 당무감사실장은 이 전 부지사의 23번을 물려받았다. 두 사람은 이 의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사무처 당직자 몫을 더 반영한 결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의원이 이날도 "특정 종교계에서 반대하는 분"이라며 우회적으로 지적했던 김예지 비례대표 의원은 그대로 15번에 남았다. 김 의원은 과거 동성애를 옹호하는 취지의 입장을 펼친 바 있어 기독교계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된 한지아 비대위원(11번)도 남았다.

또 이 의원이 비례 앞순번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백현주 국악방송 사장, 이익선 전 기상캐스터, 김영민 당 디지털정당위원장,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등은 재수정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24번을 받았던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은 공천 포기 선언으로 명단에서 빠졌다.

[안정훈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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