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이종섭·황상무 악재' 수습 노력…'비례내홍'은 되레 점증

차지연 2024. 3. 2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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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李귀국·黃사퇴'로 한동훈 요구 수용…韓 "오늘 다 해결"
이철규 "비례공천 불투명", 한동훈 "사천은 이상한 프레임"
창밖 보며 대화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1.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김치연 곽민서 기자 = 4·10 총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른바 '이종섭·황상무 리스크' 수습을 위해 점차 합을 맞춰 나가고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친한(친한동훈), 친윤(친윤석열계)계 갈등은 되레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당정은 20일 이종섭 주호주대사 조기 귀국,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로 총선 앞 양대 리스크 해소 방안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어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에 올랐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곧 귀국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사안 모두 윤 대통령이 여당의 공개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지난 주말부터 이종섭·황상무 논란의 출구 전략을 본격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이관섭 비서실장 등 참모들을 불러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고심하다가 당 요구 수용을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언론 공지를 연달아 내며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재차 밝혔다. 오후에는 황 수석이 자진 사퇴한다는 내용의 문화일보 보도를 "사실과 다르다"며 바로잡기도 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고 총선 코앞에서 당정 간 긴장이 위험 수위가 고조되자 여권 내에 '공멸' 경고등이 커졌다.

이런 배경에서 윤 대통령은 전향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쨌든 선거가 가장 중요하고 국민 생각에 응해야 하는 만큼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통령실 움직임에 발맞춰 '수습 모드'에 들어갔다.

거리 인사하는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안양=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0일 안양시 초원어린이공원에서 인근 지역 출마 후보들과 함께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2024.3.20 [공동취재] hama@yna.co.kr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경기 안양 현장 방문에서 "실망한 분들이 많았던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 오늘 결국 다 해결됐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후보 사이에서도 '만시지탄'이지만 대통령실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당정 갈등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이 대사에 대해 조기 귀국을 넘어 사퇴 필요성까지 제기하기 시작했다. 싸늘해지는 중도층·수도권 민심을 붙잡으려면 더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학용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솔직히 얘기하면 이 대사가 안타깝지만 나라를 위해 자진 사퇴하고 (국내로) 들어와서 '공수처는 언제든지 불러라, 나는 떳떳하다' 이렇게 하는 게 국민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후보는 "이걸로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호주 대사 발령을 취소하는 정도까지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안 관련 브리핑 하는 이철규 의원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4.3.20 uwg806@yna.co.kr

또 다른 갈등의 진원지는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 후보 문제다.

친윤 핵심으로 당정 간 가교 역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철규 의원은 지난 18일 국민의미래 비례 후보 명단이 발표되자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례 공천이 불투명했다고 다시 비판했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 한 위원장이 '사천(私薦)'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한 위원장은 전날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그걸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이에 더해 친한계 인사들이 '친윤계에서 사천을 시도했으나 한 위원장이 차단한 것'이라며 반격에 나서면서 갈등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비례 후보 명단을 둘러싼 친윤계와 친한계의 내홍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이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실제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황상무·이종섭 논란을 정리한 만큼, 여당에서도 비례 명단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황이 정리되려면 일단 우리는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는 당이 화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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