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신주발행 무효"… 고려아연에 소송

"현대차계열사 3자 배정 유증
정관규정 임의 적용" 주장
고려아연 "적법한 절차" 반박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과 정관변경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던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영풍 측이 고려아연과 현대차 해외법인인 HMG글로벌 간에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열린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배당 안건이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원안대로 통과되고 특별결의가 필요한 정관 변경 안건은 영풍 반대로 부결되는 등 큰 변수 없이 마무리된 바 있다.

신주 발행 무효 소송 대상은 지난해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물량이다. 당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은 5272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주식 104만주가량을 취득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전체 지분 중 5%에 해당한다. HMG글로벌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우호지분으로 여겨진다. 영풍은 과거 진행한 유상증자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외국 현지 합작법인에만 예외적으로 제3자 신주 발행을 허용하는 정관 규정을 임의로 확대 적용해 우호지분을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 정관은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정관에 규정된 '외국의 합작법인'은 고려아연이 당사자로 참여한 합작투자 계약에 따라 설립한 합작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HMG글로벌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HMG글로벌은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로 사실상 국내 기업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모든 절차는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영풍은 최근 HMG글로벌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도 찬성했다"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소송을 건 배경에 경영권 분쟁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에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을 비롯해 한화, LG 등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며 우호지분을 늘렸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우호세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19일 주총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정한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했다. 기존 고려아연 정관은 외국 합작법인을 대상으로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 법인도 유상증자 참여 대상으로 허용한다는 게 이번 정관 변경안의 핵심이었다.

[조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