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하나 없앴는데…조합 택시 가입하려 줄 섭니다”
택시기사는 사납금 대신 월 80만원 관리비 내
경기 안산시에서 출범한 ‘희망택시협동조합’이 6개월 만에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택시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전국에 100여개의 택시협동조합이 있지만 이처럼 빠른 속도로 자리 잡은 사례는 상당히 드물다.
지난 18일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희망택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이신택 이사장과 홍석표 이사는 “상호 간의 신뢰라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킨 결과”라고 말했다. 홍 이사는 “조합의 경영이념은 단순하다. 객관적·상식적인 운영이다. 매월 경영 실적을 공개하는 등 투명한 경영체계를 만들었다”면서 “조합의 경영상태가 튼튼하니 조합원이 탈퇴해 출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희망택시협동조합은 지난해 9월1일 출범했다. 안산의 법인택시 회사인 ‘상록운수’가 경영 악화로 폐업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계위기에 몰린 택시기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홍 이사와 회사 측 전무였던 이 이사장이 뜻을 함께했다. 희망택시협동조합은 상록운수 소속 택시 노동자 80명과 다른 택시 노동자 20명이 출자금 5500만원을 내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는 조합원 수가 156명으로 늘었고, 가입 대기자도 50여명에 이른다.
협동조합으로 전환되고 나니 법인택시 체제에서 겪었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하나둘 해결됐다고 한다. 법인택시는 택시 노동자가 수입의 일정 부분을 회사에 내도록 하는 ‘사납금제도’를 둔다. 문제는 사납금을 넘기지 못하면 기사의 소득은 사실상 거의 없을뿐더러, 일부 택시 회사는 암암리에 사납금 미달분을 월급에서 공제하기도 했다는 점이었다. 이런 이유 탓에 법인택시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2022년 12월 발간한 ‘경기도 택시운행 특성 및 정책적 활용방안’을 보면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수는 2015년 1만7055명에서 2021년 1만1183명으로 34.4% 감소했다.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는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282.5㎞를 주행하고 13시간7분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시간 일하면서 번 돈은 한 달에 119만원이었고 ‘사납금’은 월 296만원이었다.
희망택시협동조합은 사납금 대신 월 80만원의 관리비를 받는다. 차량 유지, 보험 등에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노동자에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라고 한다. 통상 택시의 한 달 매출은 평균 400여만원으로 관리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조합원이 가져가는 구조다. 홍 이사는 “원할 때는 일을 할 수 있고 피곤하면 쉴 수 있고 월급 공제의 압박이 없다 보니 기사들에게도 여유가 생겼다”면서 “자기 패턴에 맞춰 일을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기사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납금의 압박에서 벗어나니 안전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사고 발생이 크게 줄었고, 법인택시 시절 매주 1~2건씩 있던 서비스 관련 민원도 협동조합으로 전환된 뒤로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택시업계도 유지되려면 새로운 고민이 필요할 때”라며 “안산에서 시작한 희망택시협동조합이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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