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 못 박았다…비수도권 1639명·서울 0명
의료격차 해소 위해 지역에 집중
교수들 “의사 교육 흑역사 서막”
정부가 19년간 묶어뒀던 의대 정원을 내년 2000명 늘린다. 의료격차 해소를 목표로 지역거점 국립대 등 비수도권에 증원 규모의 82%(1639명)를 배정했다. 정부가 정원배정위원회를 꾸린 지 닷새 만에 증원을 강행해 의료계 반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일 내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2000명 더 늘리고, 이 중 1639명(82%)을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년 이후 27년 만으로, 2006년 351명을 줄인 뒤 의대 정원은 19년째 동결돼왔다.
비수도권에 있는 지역거점 국립대 의대의 정원은 최대 4배 가까이 증가해 200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경북대(110명)·부산대(125명)·전북대(142명)·충북대(49명) 등이 200명으로 정원이 증가한다. 지역의료 여건 개선을 위해 거점 국립대가 아닌 비수도권 의대도 정원 규모를 100~150명 수준으로 확대한다.
경기·인천은 정원 361명(18%)이 늘어난 반면, 서울에는 신규 정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정원 40명인 성균관대와 아주대는 80명 늘어난 120명이 배정됐다.
서울에 확대된 정원을 배정하지 않은 이유는 수도권 내 의료여건 편차 해소를 위해서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61명인 반면, 경기(1.8명)와 인천(1.89명)은 전국 평균(2.23명)보다 적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향후 학교별로 배정된 내년도 의대 정원 규모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발표는 의대 정원배정위 구성 닷새 만에 정원 발표가 이뤄졌다. 의대 정원배정위의 절차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정부는 정원배정위 규모와 구체적인 논의 과정 등은 이날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자 의료계에서는 반발이 잇따랐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성명을 내고 “의대 증원 졸속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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