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현실 배웠죠”…‘CJ 슈퍼레이스’ 1위 알고보니 ‘겜돌이’ 였네
중2때 車경주 게임 대회 휩쓸고
고3때 레이싱 게임으로 운전 배워
면허 취득 3개월만에 프로들 압도
4년 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레디컬컵’ 2라운드 우승자는 10대 학생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규민 선수(22)는 레이싱 게임으로 운전을 배웠고,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3개월 만에 프로 레이서들을 압도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김 선수는 지난해 ‘현대 N 페스티벌 아반떼 N 컵’에서 5연승을 기록하며 시즌 우승까지 차지했다. 시뮬레이터 레이서(심 레이서) 출신으로 현실 레이싱 무대를 개척 중인 그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김 선수의 인생을 바꿔놓은 건 중학교 2학년 때 부친이 선물한 레이싱 휠이다. 레이싱 휠은 자동차의 조작 방식을 게임에서 구현하기 위해 핸들과 페달을 모방한 컨트롤러다. 그는 “비디오 게임을 즐기셨던 아버지와 함께 초등학생 때부터 레이싱 게임을 했다”며 “입문자에겐 고가였던 40만원 가량의 레이싱 휠과 함께 심 레이싱을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선수는 현실 레이싱을 완성도 높게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와 아세토 코르사(Assetto Corsa), 아이레이싱(iRacing) 등의 게임을 집중적으로 플레이했다. 그는 “요즘 레이싱 게임은 노면의 상태나 미끄러짐은 물론 자동차 모델마다 다른 주행 특성과 조작 반응까지 구현한다”며 “처음으로 실제 운전대를 잡았을 때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했다.
김 선수가 처음부터 레이서를 꿈꿨던 건 아니다. 각종 심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던 그는 2019년 한 게임 방송사에서 개최한 대회에 참가했다. 우승자에겐 실제 레이싱 무대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는 대회였고, 김 선수는 정상을 차지하며 가상공간에서 현실 트랙으로 무대를 옮겨 핸들을 잡았다.
대부분의 레이서는 모터스포츠의 기본이라 불리는 ‘카트 레이스’로 입문한다. 카트 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뒤 두각을 보인 선수가 프로로 데뷔해 보다 성능 좋은 차량을 다루는 상위 클래스 무대에 도전하는 구조다.
레이싱계에선 심 레이싱 출신의 레이서를 흔히 ‘겜돌이’라 부른다. 이런 표현이 불쾌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인생의 한편을 채워준 레이싱 게임을 여전히 좋아하고 즐긴다”며 “제가 실제로 겜돌이인 만큼, 틀린 표현도 아니고 좋지 않게 생각할 것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김 선수는 “심 레이서 출신은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은 꼭 깨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무대를 넘어 해외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선수는 “지금까진 국내 레이서가 해외 대회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심 레이서 출신으로 현실 레이싱 무대를 개척한 것처럼, 다음엔 한국 레이서로서 해외 무대를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올해 독일에서 열리는 ‘2024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 도전한다. 뉘르부르크링 24시는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주행거리를 기록한 차량이 우승하는 대회다. 좁은 도로 폭과 심한 고저 차, 끊임없는 코너 등의 주행환경으로 인해 완주만으로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코스다. 김 선수는 “드라이버의 체력이 중요한 대회인 만큼 제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라며 “1차 목표인 완주를 넘어 우승까지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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