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비례 공천 불투명” 직격에...국민의미래, 한밤 일부 수정 ‘임시봉합’

서영지 기자 2024. 3.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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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20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의원이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 충돌하면서 여당의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0 총선) 국민의미래 당직자 임명부터 공천 과정이 한동훈 위원장의 책임하에 진행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비례대표 공천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한 위원장을 공개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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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20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의원이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두고 또 다시 갈등을 표출했다. 특히 이 의원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한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자, 당 안에선 공천 과정에서 쌓인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이 의원을 통해 표출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밤늦게 국민의미래가 이 의원의 지적을 일부 수용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일부 수정하면서 정면 충돌은 피했다. 당 안팎에선 ‘윤-한 갈등’은 총선을 앞둔 임시 봉합일 뿐, 주요 국면마다 사사건건 부딪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0 총선) 국민의미래 당직자 임명부터 공천 과정이 한동훈 위원장의 책임하에 진행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비례대표 공천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한 위원장을 공개 직격했다.

그는 자신이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되기 전 한 위원장과 통화해 “사무처 당직자가 당선권에 배치되지 못한 부분이나 호남권 인사 부분을 배려해달라”고 했는데도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과 보수 유튜버인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등을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의원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저녁부터 18일 오전까지 전화를 받지 않자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한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사무처 직원들은 다 빼면 안 된다. 이러면 나는 같이 못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전해 들은 한 위원장은 명단 발표 직전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만둔다고요? 내가 관둘게요”라고 했고, 이 의원은 “사무처 직원을 앞 순번에 왜 한명도 안 넣었느냐. 호남 배려도 안 하고 그게 문제라는데 왜 그렇게 반응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친윤이 죄인이냐”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회의 위원인 김예지 의원과 한지아 을지의대 재활의학과 부교수 등이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된 것에 관해서 “한 위원장은 (과거) ‘비대위원은 비례대표로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위원장의 측근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총선을 20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의원의 반발에 친윤계 의원들도 동조했다. 한 친윤계 핵심 의원은 “대통령도 엄청 화나 있다”며 “호남 배려하자고 했는데, 생뚱맞은 사람들이 들어온 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호남·당직자 배려해달라고 했더니 (이철규 의원의) 사천 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종성 공천관리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선권인 20번까지 봤을 때 그분들 중에 우리 당이나 정부를 위해 당적을 갖고 활동한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당을 위해 고생한 분들은 포함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친윤계의 반발은 윤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대통령은 공천에 간섭을 안 했는데 호남·당직자 배제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당정 화합으로 가려면 그런 걸림돌을 (한 위원장이) 제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기자회견 뒤 7시간여 만에 국민의미래는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13번)과 당직자 출신 이달희 전 경북 경제부지사(17번)을 당선권에 배치하는 등 비례대표 후보 일부를 수정해 재의결했다. 호남과 당직자 출신을 배려해달라는 이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인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로써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둘러싼 윤 대통령 쪽과 한 위원장 쪽의 갈등은 일단 수습되는 모양새지만, 당 안에선 “이게 끝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갈등은 신주류인 한동훈계와 기존 주류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도 “한 위원장은 당권을 더 세게 쥐고 가려고 할 것인데 윤석열 정부 임기가 3년도 더 남았다. 이 갈등은 언제든 또 불거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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