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의대증원 마침표…패닉에 빠진 의료계, 선택지 있나

강승지 기자 2024. 3.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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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82%·경인 5개교 18%·서울 '0명'…충북대는 4배 늘어
증원 협상? 물 건너 가…'의료개혁' 정부 제안에 화답 기로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의료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20일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분 결과를 발표하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휴학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예고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증원을 확정 지었다.

대다수 의사는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교수, 전공의들이 이날 저녁 대책 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지만 증원 규모를 가지고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2000명 의대증원을 확정했다. 한 총리는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학이 배분된 의대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의료인력 양성은 국가 인력수급 정책하고 연계돼 추진되고, 교육부 장관 결정에 대해 정원을 배정한다. 이 부분은 (대학들이) 조정할 수 없다"며 의대 등의 반대로 대학이 정원을 임의변경하는 일은 없을 걸로 내다봤다.

교육부가 밝힌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확정 결과를 보면 정부는 지역의료 확충 차원에서 지방 27개 대학에 증원분의 82%인 1639명, 경인지역 5개 대학에 18%인 361명을 배정했다. 반면 서울의 의료 여건은 충분하다는 이유로 서울 소재 8개 대학에는 1명도 증원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의대정원이 49명인 충북대는 200명으로 4배 이상 정원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이번 발표에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 정도면 서울대(135명), 연세대(110명) 등 '인서울 의대 정원'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대학별 배분 결과를 발표한 20일 오후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으로 텅 비어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4월부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국민 건강과 의료계 발전을 위한 기틀을 닦겠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의사, 의대생들은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이날 '정부는 의대생 2000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졸속 정책은 100년 이상 쌓아 올린 대한민국 현대의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하고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의학교육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교육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며 권역중심 의료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이어 "총선을 앞둔 시점에 폭발적인 의대생 증원 숫자를 제시하고 금년 9월 수시 전형부터 적용한다는 증원은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근시안적인 정치적 카드"라고 비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도 꾸려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자는 데 합의한 상태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 진료과목 학회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수많은 환자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까지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겪을 고통의 책임은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그간의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현장의 파탄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도 정부 발표에 성명서를 내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면서 "대학에 휴학계 수리를 강력히 요구하며, 휴학계를 반려할 경우에 대비해 행정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역시 성명서를 내 "정부가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만약, 정부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는 파탄을 맞을 것이며 정부의 의대증원으로 말미암아 야기한 혼란의 책임은 현 정권에 귀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0명 증원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의료계는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설지, '의료개혁에 나서자'는 정부에 화답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시한을 오는 25일로 특정하고 집단사직을 예고하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조직강화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뉴스1에 "교수들은 사직서를 투쟁의 수단으로 보다가 (지금은) 사직서를 낼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계속 이러면, 돌아오고 싶은 전공의와 의대생도 못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과 지난주 토론회 자리에서 만났다. '대화는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대화를 어떤 식으로 이끌 거냐는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이를 통해 입장차는 줄여볼 수 있으나 경찰 수사, 행정 명령 등을 내리는 거 보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대위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 의대협 비대위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두고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연다. 의협 비대위 또한 향후 투쟁계획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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