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사랑의 계절

개굴개굴 개골개골~ 잠에서 깬 개구리들의 노래방 마을. 조팝나무 가지를 꺾어서 개구리를 잡아먹던 시절이 있었지. 소금구이 치킨이 없던 시절엔 소금구이 개구리가 요깃거리였다. 곡괭이를 이용해 개울 돌을 들추고 잠든 개구리를 잡기도 했어. 덤으로 가재도 슬쩍. 개구리가 양껏 안 보이면 애먼 가재로 불이 붙어 개구리 대신 가재잡이 놀이가 됐다.
전라도에선 개구리를 개구락지, 개골태기, 개굴챙이. 경상도에선 까구리, 깨고리, 깨구래이. 제주도에선 골개비, 가굴래비. 한편 북녘에선 개구리가 ‘머굴머굴’ 우는 소리에 머가리, 머구리, 먹저기, 메꾸락지라 한대. 백두산 골짜기에선 백년 묵은 개구리가 천둥 우레처럼 크게 운대서 ‘머구레’라 한다덩만.
개구리들이 탱탱한 알 덩어리를 부려놓은 개울. 별사탕 같은 개구리 알. 머잖아 오뉴월 되면 성체들이 못물에 머물면서 국립합창단만큼 우렁차게 합창을 해대겠지. 이유 없이 어찌저찌하면 여기선 ‘맬겁시, 무담씨’란 말을 쓴다. ‘무단히’가 무담씨가 된 것. 괜스레와 같은 뜻이렷다. 맬겁시 무담씨 우는 게 아니라 애처로운 짝짓기철 구애의 세레나데가 산골에 왁왁~. 좋은 소리도 석자리 반이랬지. 자꾸 들으면 신경과민 소음이 되기도 한다. 시골을 찾은 손님들이 “와! 개구리 소리 정말 오랜만이네요. 여기서 눌러살고 싶어요” 감탄사 연발. 칫, 기십억짜리 아파트랑 한번 바꿔서 살고 싶넹.
미끌미끌한 개구리 알이 뭉치로 개울에 보일 때면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곧 귀여미 올챙이들이 바글바글, ‘무진장 낳아 잘 기르고 보는’ 개구리가 부러워. 사람 아이들은 구경조차 힘든 요즘 세상에 개구리가 낳은 알과 올챙이라도 구경하고 사나니 이도 복이런가. 봄날 태어난 모든 생명들을 반기며 축복해야지. 지구별을 찾은 모두가 ‘맬겁시 무담씨’ 사랑스럽다.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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